코로나가 폭주시킨 신기술.

인터넷으로 아파트 1000채 팔고…3D프린트로 인공호흡기 제작
 

중국 1등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는 2003년 사스(SARS)가 번졌을 때 탄생했다. 기업 간 전자상거래를 주력으로 하던 알리바바그룹은 그해 5월 사스로 집에 갇힌 소비자를 겨냥해 타오바오를 개시했다. 사스의 2200배가 넘는 확진자를 발생시킨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 공급망을 붕괴시키며 수많은 기업을 도산 위기로 밀어 넣고 있다. 그러나 몇몇 기업은 코로나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도 혁신을 촉발시켰다.

 

코로나 이후 자율주행차 업계에선 무인 배송 분야로 투자가 몰리고 있다. 구글 출신 엔지니어들이 2016년 창업한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누로(NURO)는 코로나를 계기로 사업 영역을 헬스케어까지 확장했다. 누로는 무인 전기차 R2를 활용해 지난 4월부터 캘리포니아 임시 코로나 치료소에 의료용품을 운반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미국 대형 약국 업체 CVS와 손잡고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처방전 무인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누로는 올 연말까지 50~100대의 R2를 가동할 계획이다.

(왼쪽부터) 의료용품을 나르는 미국 누로의 자율주행차 R2, 미 자동차 제조사 GM이 3D프린터로 찍어낸 의료진용 페이스실드, 미 통신회사 콕스커뮤니케이션의 증강현실을 활용한 원격 수리 화면.

 

코로나 여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산업 중 하나인 소매업에서도 혁신이 나왔다. 미국 대형 소매업체 타깃(TARGET)은 코로나 감염 위험으로 매장 방문을 꺼리는 고객들을 위해 차에서 주문한 물품을 받을 수 있는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 서비스 대상 품목에 신선·냉동 식품을 추가했다. 그 결과, 올 1분기 커브사이드 픽업 서비스 매출은 전 분기보다 278% 증가했다. 이 회사 브라이언 코넬 CEO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지난 3개월간 커브사이드 픽업 매출이 작년 한 해 매출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JD.COM(징둥닷컴)은 부동산을 온라인 생중계로 팔았다. 지난 5월 부동산 개발회사 중쥔과 협력해 인터넷 생방송으로 주택을 판매하는 '자영 부동산' 채널을 열었다. 시청자들은 인터넷 생방송으로 매물을 보고 상담·계약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 지난 6월 진행된 첫 생방송에는 약 4460억원에 달하는 베이징 아파트 1000채를 팔았다.

 
출장 수리 같은 일은 코로나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까. 미 통신 회사 콕스커뮤니케이션은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했다. 콕스는 지난 3월 기술자들에게 AR회사 헬프라이트닝의 소프트웨어를 배포했다. 소비자가 스마트폰 등으로 기술자가 보낸 AR 링크를 열면 기술자가 고객이 보는 것을 동시에 보면서 해결 방법을 안내한다. 이 회사는 코로나 셧다운 열흘 만에 이 서비스를 개시했다.

 
GM(제너럴모터스)은 3D 프린팅 기술을 업그레이드했다. 코로나 확산 초기 의료 물자 수급에 큰 차질을 빚었던 미국 정부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자동차 제조사 GM에 인공호흡기를 생산하도록 지시했다. 자동차를 만들던 GM이 인공호흡기를 생산할 수 있었던 건 3차원(3D) 프린팅 기술의 활약 덕분이다. GM은 이달 말까지 인공호흡기 3만대를 공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