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계속…중고품 경제 급성장

posted Sep 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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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한국의 중고시장…20조원 규모

소비침체 10년만에 시장규모 5배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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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회사원 김모(46)씨는 지난 1년간 집에서 굴러다니던 학습지, 장난감 등을 팔았다. 이렇게 해서 손에 쥔 돈은 지난 1년간 매월 평균 10만원이 넘는다. 이씨는 "지난해 임금이 동결돼 소득은 그대로였지만, 필요 없는 물건들을 처분해서 얇아진 지갑을 채웠다"고 말했다.

 
저성장과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고품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추산하는 한국의 중고품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중고차 제외)으로, 국내 편의점 시장 매출 규모와 맞먹는다. 2008년만 해도 중고품 시장 규모는 4조원대에 그쳤지만, 10년 만에 5배로 커졌다. 하지만 중고시장의 성장세가 일본처럼 소비 침체를 더 촉발함으로써, 경제성장엔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의 중고품 열기는 지난 6월 상장한 기업인 '메루카리'를 보면 알 수 있다. 메루카리는 지난 2013년 작은 온라인 ‘벼룩시장’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시가총액 5조원대 기업이 됐다. 국내 유통업계 1위인 롯데쇼핑 시가총액(5조원)과 엇비슷하다. 이용자 수가 한 달에 1000만명이 넘어 일본 중고품 거래 시장의 60%를 차지한다.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판매 물건을 찍고, 판매 가격과 특징을 적어서 앱에 올린다.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는 "정보기술(IT) 발달과 스마트폰 보급, 1인 가구 증가 등의 변화들이 겹쳐지면서 중고품 시장이 거대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금융회사나 벤처캐피털이 중고 거래 전문 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회원 수 1800만명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온라인 장터인 '중고나라'가 지난 21일 JB우리캐피탈과 키움증권에서 5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앞서 벤처캐피털(VC) 등에서 투자받은 자금까지 합하면 총 130억원이다. 
 
중고나라의 이승우 대표는 "중고품 시장은 경기가 후퇴해 살림살이가 어려워질수록 성장하는 속성을 갖는다"면서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시장이 크게 점프했고, 최근 2년에는 더 큰 퀀텀 점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일본의 장기 불황기에 태어난 사토리 세대가 그랬듯, 한국의 20~30대도 소유에 크게 욕심내지 않고 있어 향후 중고품 시장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고품 시장이 커지면 신제품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도서 구입비는 1만5000원 수준으로, 해마다 하락세다. 도서 구입 수요가 줄어든 것은 기업형 중고 서점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주부 최모(40)씨는 "집 근처 중고 서점에서 반값으로 살 수 있다 보니 요즘 제값 주고 책을 사진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다. 2016년 기준 일본의 독서 관련 가계 지출은 2000년에 비해 25% 줄어들었는데, 이는 아마존 중고 서적 거래 등과 같은 서비스가 확산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중고품 시장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의류 역시 신규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패션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생활가전 역시 올 상반기엔 매출이 전년 대비 2.5% 감소했다.
 
일본 정부는 점점 커지는 중고품 시장이 소비지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부 산업엔 호재라는 의견도 있다. 가령 중고품을 보낼 때 필요한 택배 회사나 골판지 회사가 대표적이다. 고장 난 물건을 고쳐서 판매하기 위한 수리 전문점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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