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서 김밥 만든 한인 소녀…“화장실서 먹었었는데…” 美이민자들 눈물

 

초등학교 3학년 에이버리가 점심 도시락으로 김밥을 만들어 소개하고 있다. /뉴욕시

점심 도시락으로 김과 밥을 챙겨와 학교에서 만들어 먹는 한인 소녀의 영상이 미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민자가 낯선 음식을 싸 오면 친구들에게 놀림받았던 과거와는 달리, 당당하게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는 소녀의 모습이 기특하다는 반응이다.

뉴욕시는 9월 가을학기를 맞아 초등학생들의 점심 도시락을 소개하는 영상을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한국, 도미니카공화국, 인도 등 다양한 민족과 인종의 도시락이 올라왔는데, 이 중에서도 한인으로 보이는 3학년 에이버리의 영상이 특히 화제가 되고 있다.

영상에서 에이버리는 “엄마가 포일과 김, 밥을 싸줬어요. 이걸로 한국 음식 ‘KimBap’(김밥)을 만들 거예요”라고 말한 뒤 도시락 가방에서 하나씩 재료들을 꺼냈다. 

“‘Kim’은 해조류 김을, ‘Bap’은 밥을 뜻해요”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에이버리는 이어 “포일 위에 김을 놓고, 그 위에 밥을 얹어 펴고, 돌돌 말면 김밥”이라고 설명하면서, 고사리손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었다. 

뉴욕시는 이 영상 하단에 “아이들은 친구의 도시락을 보고 더 많은 세계를 배운다”고 적었다. 이 55초짜리 영상 댓글란에는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민자들이 점심시간 때 겪었던 인종 차별 경험을 토로하고, 에이버리를 응원하는 글이 쏟아졌다.

한인 출신 네티즌은 “점심 때 여학생 몇 명이 나한테 오더니 김밥을 먹고 싶다고 했던 적이 있었다. 딱 8개 있었는데, 그래도 좋은 마음으로 한 개씩 나눠줬다. 근데 한 입 먹고 뱉더니 역겹다고 했었다”며 “창피했고, 아침부터 도시락 싸준 엄마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이후로 샌드위치만 싸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영상 보고 내 안의 어린 소녀가 치유된 기분”이라고 적었다.

정체성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소개하는 에이버리를 응원하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요즘 애들은 자신들의 문화에 자신감이 있어서 보기 좋다”, “한국 이민자들의 트라우마였던 김밥이 이제는 트렌드가 됐다” 같은 내용이었다.

 

한편 해당 영상은 15일 뉴욕시 인스타그램에서 조회수 300만회를 넘겼으며, 댓글은 2000개 이상이 달렸다. 뉴욕시 유튜브와 X에도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