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한인들 다큐 찍으려 퇴사"

뉴욕 코트라 무역관 전후석 변호사 화제 
쿠바 한인들의 삶 조명한 다큐 '헤로니모'

 

6개월 전까지만 해도 KOTRA 뉴욕 무역관에서 일해온 전후석(33) 변호사는 쿠바의 한인들을 다큐멘타리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직장도 그만둔 화제의 젊은이다.

전 변호사는 코트라 뉴욕관에서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의 지적 재산권 문제에 대해 상담하는 역할을 맡았던 한인 변호사였다. 

그런 변호사 직을 그는 그만두었다. 쿠바 한인들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헤로니모’ 얘기를 위해서다. 

제작과 감독은 전후석 변호사가 맡았고, 영화 제작비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았고, 스페인어로 사연을 털어놓은 35인의 인터뷰를 영어로 옮기는 작업은 SNS로 처음 알게 된 오스트리아 출신의 번역전문가가 했다. 

그가 2015년 12월 배낭을 메고 쿠바 바라데로 공항에 내릴 때까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지난 2년간 일어났다고 한다. 그는 “이게 다 그 운명적인 만남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면서도 자랑스럽게 ‘아이 엠 코리안’이라고 말하던 쿠바에서 만난 한인들의 이야기를 “그냥 스쳐 보낼 수 없었다”고 했다. 

전 변호사가 다큐를 시작한 출발은 2015년 쿠바 여행 때 한인 4세인 택시기사 파트리샤 임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그는 “파트리샤를 통해 그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쿠바 한인이 걸어온 역사를 더듬어가는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파트리샤의 할아버지 임천택 선생은 ‘쿠바의 도산 안창호’ 같은 애국지사였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때 쿠바에서 독립운동 자금을 모아 상해임시정부에 보내고, 쿠바의 한인들에게 한글과 민족문화를 가르쳤다.

1997년 대한민국 정부는 그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했다. 파트리샤의 아버지 임은조 선생은 쿠바 혁명 이후 쿠바의 산업부 차관을 역임하고 한글학교를 운영했다.

전씨는 “이 가문의 역사가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근대사와 얽혀 있다”며 “이틀째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날 가슴이 벅찰 정도로 뛰었다”고 했다.

그가 쿠바를 다시 찾은 것은 2016년 7월. 이번엔 카메라를 들고서였다. ‘헤로니모’의 시작이었다. 크라우드 펀딩 웹사이트 ‘퀵스타터’에 사연을 올리자 1만2000달러가 모였다. 지금까지 모금액은 8만 달러. 20%는 외국인들이었다. 그러나 완성까지는 2배의 자금이 필요해 영화제작비 지원 사업 등에 응모하고 있다.

‘디아스포라는 즉 조국을 떠나 타지에서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사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그는 “디아스포라의 삶은 기본적으로 ‘고통’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새로 삶의 닻을 내린 곳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해간 그들이야말로 ‘코리안’의 범주를 확장한 주인공이다. 바로 이들이 한국을 세계로 연결해줄 수 있는 연결 고리가 아닐까.”라고 자문해 본다.

전씨는 지난 5월 직장을 그만뒀다. 제작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자란 그는 UC샌디에이고(영화학)와 시라큐스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저를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일에 가장 감동을 받은 이 순간, 아직 싱글인 이때 영화에 전념 해보고 싶다”고 했다.

쿠바의 한인들 발자취를 담은 다큐멘터리 ‘헤로니모 ’는 올해 중 국제영화제 등에 출품 예정이다. 

전후석씨는 어려웠던 조국의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국을 떠났던 한인들의 발자취를 재조명해 그들의 조국에 대한 애정과 역경 극복 과정들을 많은 한국인들이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돕는 것이 민족의 대통합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