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국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전년 대비 10% 급등…일본은 거절률 불과 5.7%, 오히려 감소
한국 비자 거부, 미국이 적대국으로 분류하는 중국보다 높아
지난해 한국 국적자의 미국 방문 비자(B1·B2 비자) 거절률이 급증해, 우리 국민이 신청한 방문 비자 4건 중 1건이 거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 국민에 대한 미국의 방문 비자 거절률은 일본·독일·프랑스 등 다른 동맹국은 물론, 미국이 적대국으로 분류하는 중국보다도 높았다.
외교부가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와 미 국무부 통계를 종합하면, 지난해 우리 국민이 신청한 미국 방문 비자의 최종 거절률은 24.73%로 2024년에 비해 9.76% 증가했다.
2021~2024년 우리 국민에 대한 미국의 방문 비자 최종 거절률은 14~18% 사이를 오갔는데, 지난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 내 이민 문제 등이 비자 심사 정책 강화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문 비자 최종 거절률은 2024년 5.76%에서 지난해 5.68%로 오히려 낮아졌다. 중국에 대한 비자 거절률도 25.37%에서 20.21%로 낮아졌다.
정치권에선 “유독 우리나라에 대한 비자 거절률만 증가했다면, 경색된 한미 관계가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한미 간에는 관세와 안보 협상이 장기간 이어졌고, 쿠팡 개인 정보 유출을 두고도 이견이 있었다. 올봄부터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우라늄 농축 시설’ 발언으로 미국이 정보 공유를 제한 중이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워싱턴에 파견하려던 직원들과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미국 비자 발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됐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정부의 대미 외교·국방 정책과 한·미 관계의 변화가 미국의 비자 발급 거절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 아닌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한국 국적자에 대한 방문 비자(B1·B2) 최종 거절률이 24.73%까지 급증하면서, 그만큼 더 많은 우리 국민이 무역 거래나 가족 방문 등에 불편을 겪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문 비자는 이민 목적 없이 미국을 방문할 때 가장 흔히 신청하는 비자다.
조선일보가 미 국무부 영사국 통계를 확인해본 결과, 미국의 동맹국으로 ESTA 프로그램이 있는 영국(20.44%), 독일(12.22%), 프랑스(9.67%), 일본(5.68%) 등의 미국 방문 비자 최종 거절률은 지난해 한국(24.73%)보다 훨씬 낮았다.
영국은 2024년 대비 2.41%p 늘었고, 프랑스도 1.17%p 소폭 증가에 그쳤다. 대만은 2024년 대비 4.23%p 증가한 9.45%였다. 일본(-0.08%p), 뉴질랜드(-0.85%p), 노르웨이(-3.26%p) 등은 오히려 비자 발급 거절률이 감소했다.
미국과 비자 면제 협정을 맺지 않은 중국(20.21%), 인도(22.04%), 베트남(22.08%) 국적자에 대한 미국 방문 비자 최종 거절률도 우리 국민에 대한 거절률보다 낮았다.
미국이 적대국으로 분류하는 중국 역시 2024년보다 거절률이 5.16% 줄어들었다. 한국 국적자에 대한 방문 비자 거절률만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한국인의 미국 방문 비자 발급 건수 역시 2022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24년 1만5508건을 기록했다가, 지난해에는 1만2226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민변호사들에 따르면, 대기업 직원의 비자 발급엔 큰 문제가 없지만, 일반인들의 비자 신청은 거절되는 경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 단계에서 요구하는 서류의 양도 늘었고, 비자 발급 거절 이력이 있는 경우 재신청해도 거의 비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방문 비자가 거부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