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의 핵심, '몰입'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는 왕으로부터 숙제를 받았다. “내가 구한 이 금관이 순금인지 아닌지 감정하여라.” 
‘어떻게 해야 금관을 훼손하지 않은 채 순금인지 확인할 수 있을까?’ 온종일 그 문제만 골똘히 생각하던 아르키메데스는 목욕을 하던 중 답을 알아내고는 알몸으로 뛰쳐나와 “유레카!”를 외치며 달려갔다. 도대체 얼마나 몰입했기에 옷을 입는 것도 잊었을까? 몰입, 과연 특별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능력일까?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중요성이 확산되면서 아이의 ‘몰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학습 상황에서의 몰입은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과제에 집중하면서 성취감을 맛보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많은 연구에서 몰입은 자존감, 성취감을 높여주고 개인의 성장을 돕는다고 보고되었다. 아이가 몰입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학습을 해 나간다면 학습 효과는 자연히 높아질 것이다.
1999년 미국의 심리학자 사이먼스와 차브리스는 관찰자들에게 농구공을 패스하는 두 팀의 짧은 영상을 보고, 몇 번을 패스했는지 세도록 했다. 그리고 영상 플레이 중 고릴라 의상을 입은 사람이 가슴을 두드리며 농구공을 패스하는 두 팀 사이를 지나갔다. 하지만 관찰자 중에서 오직 54%만 고릴라를 보았다고 했다. 패스한 숫자를 세는 데 푹 빠져 있는 바람에 고릴라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이다. 우리 눈은 주의력 착각을 일으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게 한다. 하나에 몰입하면 그 외의 잡음은 소멸시켜 버리는 뇌의 구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특징 덕분에 다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공부에도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다 몰입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6개월 미만의 아기들도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것에 몰입한다. 손가락을 줄기차게 빨고, 모빌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것에만 열중하지 않던가. 그것이 몰입이다. 몰입은 놀라운 결과도 만들어 낸다. 한 번도 배우지 않은 뉴턴의 미분문제를 풀어내는 중학생의 모습을 TV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다. 골똘히 생각에 빠져들어 몰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내는 것을 보며 수많은 시청자들이 함께 감탄했다. 몰입은 천재적인 문제해결도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왜 우리 아이는 공부에 몰입하지 못 할까요?” 그 이유는 몰입에도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습에 몰입할 수 있으려면 ‘아이의 수준에 적절한 과제’가 필요하다. 수준을 벗어난 과제는 몰입을 방해한다. 자기 수준보다 너무 어려운 과제는 불안감과 긴장을 높여 집중하기 어렵고, 너무 쉬운 과제는 흥미가 떨어져 지루해지기 때문에 몰입하기 어렵다. 몰입 이론의 창시자인 칙센트미하이는 이 밖에도 ‘분명한 목표가 있을 때’, ‘즉각적인 피드백이 주어지는 활동일 때’ 몰입이 촉진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업적을 쌓고 리더가 된 사람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하는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스스로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 즐거움, 행복감을 느껴 자신의 분야에 몰입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다.
아이가 공부에 몰입하는 과정도 다르지 않다. 스스로 공부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성취감과 자신감을 맛본 아이는 공부에 몰입하는 습관을 갖게 된다. 공부가 재미있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공부에 몰입하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동기를 부여하고 학습 습관을 형성하는 데서 시작된다.
[공부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첫째, 주변 환경 점검하기 . 아이들이 집중하면서 공부에 몰입할 수 있으려면 공부환경이 잘 갖춰져야 한다. 공부방의 환경이 너무 산만하지는 않은가, 책상이나 의자 등 아이의 집중을 방해하는 것은 없는가, 조명은 적절한가 등을 주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둘째, 수준에 맞는 과제 선택하기 .자신의 수준에 적절한 과제를 수행할 때 아이들은 학습에 몰입할 수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아이의 학습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적절한 과제를 선택하도록 하자. 선행학습이나 진도에 치중하느라 아이의 진짜 수준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셋째, 노력하는 모습에 칭찬 & 격려하기 . 아이가 학습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결과를 강조하거나 다그쳐서는 안 된다. 노력하는 모습 자체에 주목하고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 그럴 때 아이는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학습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