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들일가 부동산 거부돼 

아들 매장 임대료, 아버지에 지불

 

 

과거 3대 구두회사 중 하나였던 금강제화는 1973년 신사화 브랜드 ‘리갈(Regal)’을 만들었다. 국산 기성화 1호로 ‘국민 구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당시에는 이런 신사화가 인기가 높았지만 급격한 트렌드 변화로 이런 구두는 한물 간 아이템이 됐다. 불편한 구두보다는 운동화나 스니커즈를 선호하는 신세대의 선호와도 동떨어졌다.

 

이런 영향으로 경쟁사인 엘칸토〕에스콰이아는 부도가 났다. 엘칸토는 법정관리 상태에서 2011년 이랜드그룹에 인수됐다. 토종 제화업체로서 여전히 위상을 떨치고 있는 곳은 금강제화가 유일하다. 

 

금강제화의 생존력은 어디서 나온걸까. 금강제화는 외관상 구두회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애플 공식 한국 판매처이면서 수많은 땅과 건물을 보유한 부동산 부자다. 한창 사업이 번창할 때 서울의 금싸라기 땅과 건물을 속속 사들였다. 

 

금강제화는 창업주인 고 김동신 회장의 장남 김성환 금강 회장(73)과 그의 아들인 김정훈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금강의 최대주주는 부동산 임대업 회사인금화로 58%를 갖고 있다.금화의 최대주주는 김정훈 부사장으로 81.85%를 보유하고 있다. 아버지 김성환 회장은 18% 가량을 갖고 있지만, 경영권은 사실상 3세에 넘어간 상황이다. 

 

김정훈 부사장은 애플 공식 리셀러 ‘Frisbee’를 운영하는 회사의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서울 명동을 비롯한 전국 11곳에 대규모 애플 체험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Frisbee는 김정훈 부사장이 지분 50%, 나머지는 친인척이 보유한 가족회사로 2008년 설립됐다. 작년 한해 매출은 1089억원. 영업이익은 22억원을 냈다. 

 

금강이 프리스비를 운영할 수 있던 배경은 주요 위치에 보유한 부동산 덕분이다.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서울 명동에 위치한 프리스비 매장 건물 소유주는 아버지 김성환 회장이다. 그는 1976년 이 건물을 매입했다. 

 

Frisbee는 260평의 이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쓰고 있다. 아버지(김성환 회장)가 아들(김정훈)에게 매장을 내주고 수억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명동 프리스비 옆 건물인 금강제화 명동본점의 토지와 건물 역시 금강이 소유하고 있다. 

 

명동 뿐만 아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3160평의 건물은 김정훈 부사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또 다른 부동산임대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금강제화 오너일가 소유 8개 회사가 보유한 국내 부동산은 작년말(장부가액) 기준으로 토지 6814억원, 건물 7185억원 등 총 1조4000억원 규모다. 이들이 개인적으로 소유한 부동산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금강제화는 사업이 잘 나가던 1970~80년대부터 벌어들인 현금으로 서울 금싸라기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다"며 "제화사업은 부수적이고 부동산 임대사업과 자신들의 건물에 입점시켜 판매하는 애플 공식 리셀러 사업 Frisbee가 주사업"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