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박사의 마지막 인터뷰 "병 고쳐달라 기도 안해요, 나의 기도는…"
한국이 낳은 최고의 지성인으로 일컬어지는 전 문화부장관 이어령 박사(사진)가 얼마 전 조선일보와 '마지막'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이 인터뷰가 남은 삶에서 갖는 마지막 인터뷰라고 밝혔다.
이미 알려진 대로 그는 암에 걸렸지만 현재 항암치료는 받고 있지 않다. 이 박사는 이번 인터뷰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자신의 딸인 고 이민아 목사와,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담담히 고백했다.
이어령 박사는 "성경에는 나중 난 자가 먼저 된다는 말이 있다. 내 딸이 그랬다. 그 애는 죽음 앞에서 두려워 벌벌 떨지 않았다. '지금 나가면 3개월, 치료받으면 6개월' 선고를 듣고도 태연하니까, 도리어 의사가 놀라서 김이 빠졌다"고 했다.
그는 "(딸이) 혼자 미국에 가서 무척 고생을 했다. 3년 만에 법대 나오고 외롭게 애 키울 때, '아버지!'하고 목이 쉬도록 울 때, 그때 나의 대역을 누군가 해줬다. 그분이 하나님"이라며 "내가 못 해준 걸 신이 해줬으니 내가 갚아야겠다, 이혼하고도 편지 한 장 안 쓰던 쿨한 애가, '아빠가 예수님 믿는 게 소원'이라면 내가 믿어볼 만 하겠다, 그렇게 (기독교 신앙을) 시작했다. 딸이 아버지를 따라가야 하는데 아버지가 딸의 뒤를 좇고 있다"고 했다.
"아프다가도 아주 건강하게 느껴지는 아침이 있어요. 내 딸도 그랬죠. "아빠, 나 다 나았어요"라고. 우리 애는 죽기 전에 정말 충만한 시간을 보냈어요. 1년간 한국에서 내 곁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죠. 암에 걸리고 큰 선물을 받았어요. 죽음에 맞서지 않고 행복하게 시간을 썼어요. 망막 수술도 성공해서 밝은 세상도 봤지요.
내가 보내준 밸런타인데이 꽃다발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호텔 방에서 "아빠, 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라며 전화가 왔어요. 육체가 소멸하기 마지막까지 복음을 전했고, 기도 드리고 쓰러져서 5~6시간 있다가 운명했어요.
이 박사는 또 "옛날엔 나는 약하니 욥 같은 시험에 들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지금은... 병을 고쳐달라는 기도는 안 한다. 역사적으로도 부활의 기적은 오로지 예수 한 분뿐이니까"라며 "나의 기도는 이것이다. '어느 날 문득 눈뜨지 않게 해주소서.' 내가 갈피를 넘기던 책, 내가 쓰던 차가운 컴퓨터... 그 일상에 둘러싸여 눈을 감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신은 생명을 평등하게 만들었다. 능력과 환경이 같아서 평등한 게 아니다. 다 다르고 유일하다는 게 평등"이라며 "햇빛만 받아 울창한 나무든 그늘 속에서 야윈 나무든 다 제 몫의 임무가 있는 유일한 생명이다. 그 유니크함이 놀라운 평등이다.
또 하나. 살아있는 것은 공평하게 다 죽는다"고 했다.
“그 전까지는 죽음의 의미, 생명의 기프트를 마지막까지 알고자 한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사형수도 형장으로 가면서 물웅덩이를 폴짝 피해 가요. 생명이 그래요. 흉악범도 죽을 때는 착하게 죽어요. 역설적으로 죽음이 구원이에요."
▲딸 고 이민아 목사의 대학 졸업식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