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94명 엄마 창업자 배출…"아이와 함께 주 1회 4시간 수업 들어요"
2015년 7월. 20여 명의 엄마가 쭈뼛쭈뼛 서울시 대치동에 있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 모였다. ‘엄마를 위한 캠퍼스’ 1기 학생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육아로 일을 멈췄다가 창업으로 재개하려고 한다는 점이었다.
엄마를 위한 캠퍼스는 시장 조사, 비즈니스 모델 기획, 마케팅과 브랜딩, 팀 빌딩, 펀딩과 기업설명회(IR) 워크숍 등 창업 교육을 진행한다. 마지막 단계에는 벤처캐피털 투자자 등 전문가 자문단에게 사업 내용을 발표하는 데모데이가 핵심 프로그램이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는 지난 4년간 총 94명의 엄마 창업가를 배출했고, 올해 5기 학생을 모집했다.
‘창업’과 ‘엄마’, 연관되기 어려운 두 단어가 모였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면 주인공 김지영은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라도 시도한다. 하지만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과 맞지 않아 좌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조윤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프로그램 매니저는 "엄마들은 근무시간이 유연하기를 원해서 재취업이 어렵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본인의 일정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창업을 고려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는 이유"라고 했다.
커리큘럼도 엄마 맞춤형이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지 못한 엄마는 캠퍼스에서 자체 고용한 베이비 시터에게 아이를 맡기면 된다.
엄마 소비자를 공략하는 산업도 덕분에 성숙해지고 있다. 조 매니저는 "초반에는 베이비 시터 플랫폼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업종이 세분화하고 있다"면서 "엄마의 커리어 개발 플랫폼, 심리 컨설팅 플랫폼, 놀이 공유 플랫폼이 그 예시"라고 했다.
엄마의 비즈니스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기수별로 단톡방이 있다. 조 매니저는 "엄마들끼리 만나면 육아 이야기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면서 "동반자로 지내면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성장한다"고 했다.
조 매니저는 이들을 대상으로 ‘경력 단절’이라는 표현은 지양한다고 강조했다.
"경력이 단절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시적 ‘멈춤’일 뿐이죠. 육아가 너무나도 중요해서 일을 일시적으로 그만둔 분들도 많고요. 경력 단절이란 용어는 육아를 터부시하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단절’된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여성에게 육아와 경력 모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