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뻔한 식당 주인, 손편지 3000통으로 매출 80억원

by 벼룩시장 posted Feb 26, 2022

누구나 쉽게 창업하는 요식업에서 시작해 피쉬볼 직접 개발까지

홍타이 하얏트 최동승 대표와 직접 개발한 피쉬볼 제품. /더비비드

홍타이 하얏트 최동승 대표와 직접 개발한 피쉬볼 제품. /사진: 더비비드

 

홍타이 하얏트의 피쉬볼은 자연산 바닷물고기 어육을 주재료로 만들었고 생선살 함량이 40~50%다. 홍타이 하얏트 피쉬볼 이전에는 민물고기로 만든 어육 함량 10% 미만 저가 피쉬볼이 흔했다.

서민들의 생존 수단 중 하나가 된 요식업 창업은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확실한 경쟁력이 필요하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차별화를 위해 품질 좋은 식재료를 찾다가 식품기업 아이템을 발견한 최동승(43) 대표의 ‘프리미엄 피쉬볼’ 개발 노트를 엿봤다.

 

가게 운영하려다 창업 아이템 발견

수산물 가공식품 도매기업 ‘홍타이 하얏트’의 대표 상품 프리미엄 피쉬볼은 대만의 전통 어묵을 응용한 것이다. 자연산 바닷물고기의 어육만 넣었다. 실꼬리돔을 주재료로 한다. 호주산 치즈 등 속 재료로 풍미를 더했다. 치즈, 랍스터, 날치알, 멍게알 그리고 갑오징어 등 총 5가지 맛으로 구성됐다.

한국의 유명 마라탕 프랜차이즈 전 지점에 납품한다. 2021년 12월부터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매 판매를 시작했다. 전분이 대부분인 저가 피쉬볼과 달리 인공색소, 방부제, 밀가루를 넣지 않았다. 마라탕 같은 국물 음식뿐만 아니라 볶음, 찌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온라인몰(https://bit.ly/3v42gMU)에서 한정기간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모아둔 돈도, 배워둔 기술도 없던 그는 10여 년간 일용직 노동자, 옷 장사, 여행 가이드 등 여러 일을 거치며 맷집을 키웠다.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2018년 서울 금천구에서 마라탕 식당을 시작했다. 

가게 운영 초반 뜻밖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2018년 전국에 마라탕 창업 붐이 일었는데, 한국 소비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식재료인 피쉬볼도 마라탕을 계기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쟁사 분석 차원에서 신규 마라탕 가게를 여러 군데 방문했는데, 대부분이 저가 피쉬볼을 쓰는 게 충격적이었다.

저가 피쉬볼은 어육 함량이 1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전분이다. 더 큰 문제는 위생이다. 상당수의 저가 피쉬볼이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이 없는 공장에서 생산된다. 

 

‘5가지 맛 피쉬볼’ 개발 노트

저가 피쉬볼이 판을 치던 한국의 마라탕 시장에 반전을 주고 싶었다. 알아보니 대만, 일본 등 국가에서는 실꼬리돔 같은 자연산 바다 생선 함량이 높은 피쉬볼을 사용하고 있었다. 질 좋은 피쉬볼을 국내에 도입하기로 결심했다. 피쉬볼의 원조인 대만에서 제대로 된 제품을 받아와야겠다고 결정했다. 원재료부터 공장시설, HACCP 인증 여부까지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거쳐 대만 공장과 협력 계약을 했다.

대만에서 공수한 프리미엄 피쉬볼은 생선 살을 많이 써서 탱탱하고 쫀득했다. 단가가 훨씬 높아도 입맛 까다로운 소비자층을 잡을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2019년 5월 홍타이 하얏트 법인을 설립하고 대만산 프리미엄 피쉬볼을 국내에 수입했다. 홍타이 하얏트가 공수한 프리미엄 피쉬볼의 어육 함량은 46%로 저가 피쉬볼의 5배에 달했다. 기존 피쉬볼과의 차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또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제품을 개량하기로 했다. 치즈나 고구마 무스가 든 떡처럼 피쉬볼에 치즈나 날치알 같은 속재료를 넣기로 했다. 원래 거래하던 공장에 말했더니 잘 응해 주었다. 

그렇게 총 다섯 가지 맛의 피쉬볼을 만들어, 2019년 12월 국내 마라탕 가게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피쉬볼에 속재료를 넣은 건 최초였고, 덕분에 업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속에 재료가 들어 새롭고, 식감이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런데 2020년 전례 없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요식업계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사업이 중단될 위기까지 겪었다. 애써 모은 자금이 거의 바닥났다. 납품 업체를 더 확보하지 않으면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방법을 찾다 전국에 있는 3000여 곳의 마라탕 집에 피쉬볼을 소개하는 손편지와 다른 제품과의 차별성을 나타낸 카탈로그를 보냈다.

편지를 받은 업자들 대부분이 프리미엄 피쉬볼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가격을 문제 삼았다. 저가 피쉬볼과 원가 차이가 10배 가까이 났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예민한 시기였어서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문전박대를 당한 적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프리미엄 피쉬볼을 접한 도매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점차 업체분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용기를 얻어서 전국의 마라탕 가게를 투어했다. 기존 피쉬볼과의 차이점을 명확히 보여주기 위해 속에 든 내용물을 알려주는 홍보물을 배포하고 다녔다. 그렇게 8개월간 전국 일주를 다니고 나니, 전국 3000여곳의 마라탕 업체 중 800여곳과 납품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 50개국에 입점한 유명 훠궈 프랜차이즈로부터 입점 제안을 받았다.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는데 무척 큰 활로가 생긴 순간이었다. 

그 후 식당 사장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다가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집콕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간편 조리 식품이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식당 음식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마라탕이나 마라샹궈도 가정에 침투하는 추세였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기업이 아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시장을 겨낭한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대량으로만 유통했던 5가지 피쉬볼을 120g 정도의 소량으로 출시했다. 피쉬볼 먹는 법을 널리 알려 소포장 사업을 크게 키울 계획이다. 온라인몰(https://bit.ly/3v42gMU)에서 한정기간 공동구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피쉬볼이 마라탕 재료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묵탕, 찌개 같은 국물 요리뿐만 아니라 구이, 볶음, 튀김 요리 등에도 잘 어울려요. 실제 피쉬볼을 찜이나 탕 요리에 적용한 소비자 후기가 많이 올라와요. 캠핑지에서 피쉬볼을 구워 먹는 것도 좋습니다.”

요식업계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는 매출 80억원을 달성했다. 

그는 현재 야채 피쉬볼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다. 다른 재료보다 단가가 낮은 야채를 써서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가격을 낮추되 영양가는 유지하려고 한다.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그는 “소비자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거점’을 잘 활용하라”고 했다. 

그는 마라탕 가게를 운영하며 피쉬볼을 계속 개선했다. 현장 소비자의 반응을 가게에서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큰 도움이 됐다. 거래처를 확장할 때는 자신의 가게를 방문한 분들의 반응을 입이 닳도록 설명했다. 

“자기 가게를 하면서 어떤 기회가 보인다면 그것을 파고들어 가보세요. 제가 피쉬볼에 몰입했던 것처럼요. 절대로 대체될 수 없는 나만의 강점이 될 것입니다.”

손편지와 카탈로그 제작을 준비하는 최 대표. /최동승 대표 제공

 

손편지와 카탈로그 제작을 준비하는 최 대표. /최동승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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