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로보틱스 하정우사장, 기업가치 6천억원 인정받아…1천억원 투자 유치

미국 실리콘밸리의 서빙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가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추가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서비스로봇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테크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 유치로 베어로보틱스의 기업가치가 6000억원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어로보틱스는 실리콘밸리의 한인 스타트업 가운데 ‘차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1순위’로 꼽힌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금은 1450억원에 이른다. 조선일보는 최근  실리콘밸리에 있는 베어로보틱스 사무실에서 창업자 하정우(46) 대표를 인터뷰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95학번인 하 대표는 미 텍사스 오스틴대(UT 오스틴)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인텔을 거쳐 2011년부터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테크 리더로 일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2016년 실리콘밸리의 한식당인 강남순두부를 인수하면서 찾아왔다. 저녁에 지인들을 많이 부르면 적당히 식당이 운영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그는 “직원들이 수시로 그만두면서 항상 일손이 부족했고, 퇴근 후에는 무조건 매달려야 했다”면서 “서빙 같은 단순 반복적인 힘든 일을 대신해주는 서빙로봇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7년 구글을 그만둔 뒤 베어로보틱스를 창업했다. 낮에는 식당에서 일하고 밤에 부품을 주문해 서빙로봇을 개발했다. 2018년에 식당을 처분하고 본격적으로 서빙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주도로 2020년 370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받아 작년에만 5000여 대의 서빙로봇 ‘서비’를 생산했다. 한국에서 KT가 렌털 사업을 하는 서빙로봇이 베어로보틱스의 서비다. 서비는 미국에서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칠리스, 데니스, 매리엇 호텔, 펩시에 납품됐다. 한국에서는 라그릴리아·TGIF·빕스 매장에서, 일본에선 고기 뷔페 식당 야키니쿠킹에서 쓰인다. 서비는 중국산 서빙로봇보다 돌발 상황 감지, 자율주행에서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 대표는 “서비는 클라우드(가상서버)로 연결돼 비상사태의 경우 관제센터에서 원격으로 통제가 가능하다”면서 “지금까지 2800만개의 식사 주문을 서빙했고 총누적 54만㎞의 식당을 누비며 음식을 날랐다”고 말했다.

베어로보틱스는 서빙로봇을 전량 한국에서 생산한다. 그는 “관세가 없는 한미 FTA를 활용할 수 있고, 소량 다품종인 로봇 생산에서는 하이테크 제조 역량이 뛰어난 한국이 최적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로봇 시장이 향후 10년 내 1조달러 시장이 될 것으로 본다. 이 시장을 겨냥해 베어로보틱스를 서빙로봇을 넘어 다양한 서비스로봇 업체로 성장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