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옷거래로 55억원 투자 유치한 20대 여성사업가

by 벼룩시장 posted Sep 02, 2022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콜렉티브> 개발한 스타트업 <크레이빙콜렉터>

크레이빙콜렉터 이은비 대표. /더비비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제작되는 옷은 약 1000억벌이다. 이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전체 세계 배출량의 10%에 이른다. 새 옷을 사는 대신 서로 입던 옷을 교환하는 행위는 환경에 큰 도움이 된다.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콜렉티브’를 개발한 스타트업 ‘크레이빙콜렉터’의 이은비 대표(28)를 만나 패션 중고거래 시장 이야기를 들었다.

크레이빙콜렉터는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콜렉티브의 운영사다. 콜렉티브는 의류나 가방, 액세서리 등 중고 패션잡화를 사고팔 수 있는 앱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것만 빼면 여느 쇼핑 앱과 크게 다르지 않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처럼 특정 판매자를 팔로우해서 그의 상품을 모아 볼 수 있고 이용자 취향에 맞게 상품도 추천해준다. 앱스토어(https://bit.ly/3sIIAfy)에서 가입할 수 있다.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뒀다. 어렸을 때부터 옷이 좋았다. 관심사를 살려 연세대 의류환경학과에 진학했다. 

“2018년 대학 졸업 후 내 브랜드를 론칭하겠다는 꿈을 품고 미국 뉴욕으로 떠났어요. 브랜드 론칭 전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 유명 패션 브랜드 ‘톰브라운’에서 인턴십을 했죠. 1년 동안 의류 샘플 관리, 상품 기획, 판매 계획 구상 등의 업무를 하며 명품 브랜드의 전반적인 운영 과정을 배웠습니다.”

한국과는 다른 뉴욕만의 패션 소비 방식에 흥미를 느꼈다. 

“새 옷을 선호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중고의류(빈티지) 시장이 활성화됐어요. 새 상품보다 저렴한데다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이 강했죠. 중고의류 매장의 옷들은 새 옷처럼 깔끔하게 진열돼 있고,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제품을 구매했어요. 중고의류 거래 앱도 많이들 이용하더군요. 중고의류 시장이 온오프라인으로 잘 발달해 있었습니다.”

2019년 말 귀국하고 보니, 한국에서 낭비되는 중고 의류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내 패션 브랜드 대부분이 잉여 생산을 너무 많이 하고, 예상과 다르게 판매가 안되면 한 시즌이 지나고 나면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것이다.

패션 중고거래를 활성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중고 패션 의류, 잡화 거래 앱’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마침 지역 기반의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이 활발해지고 있었다. 

2020년 5월, 그의 아이디어에 관심을 보인 친구 2명과 크레이빙콜렉터 법인을 설립했다. 

야심차게 출발했건만, 처음에는 의도치 않게 중고 의류 판매자를 한 데 모은 오픈마켓이 돼 버렸다.

사업 구조를 완전히 바꿨다.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으로 방향을 틀었다. 개인이 직접 제품을 올려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는데, 이 방향이 맞았다. 개인이 자신의 중고 상품을 사고파는 데 거리낌이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콜렉티브 모바일 앱의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예상대로 ‘중고 의류’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벽이 높았다. 처음에는 판매자 1000명만 모아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SNS 광고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3개월 만에 목표치를 달성했다.

더 어려운 건 유입된 소비자를 붙잡는 것이었다. 

"호기심에 한 번 들어오게 하는 것과 꾸준히 이용하게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더군요. 이때부터는 소비자 이탈을 막는 데 주력했어요. 우선 거래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에스크로(물건이 구매자의 손에 들어올 때까지 판매대금을 업체가 보관하는 거래 방식)’ 기능을 도입했어요.”

중고 거래도 세련되게 할 수 있단 걸 보여주기 위해 ‘중고’가 아닌 ‘패션’에 방점을 찍었다.

 “사용자를 ‘콜렉터’라고 지칭하고 각 콜렉터가 판매하는 옷을 모아서 볼 수 있게 했어요.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보는 것처럼요. 콜렉터를 구독해 그가 등록한 제품을 둘러볼 수 있고, 룩북도 구경할 수 있어요. 메시지 기능으로 대화도 나눌 수 있죠. 백화점 앱이나 대형 패션 플랫폼처럼 신상품이나 인기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는 ‘큐레이션’ 기능도 도입했어요. 제품을 살 때뿐만 아니라 패션과 관련된 영감을 얻거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찾을 때도 커뮤니티처럼 콜렉티브를 사용할 수 있게끔 신경 썼죠.”

중고 거래 시장만의 특성을 서비스에 반영했다. “베타 기간 동안의 이용자 행태를 분석해보니 특정한 소비 현상이 포착됐어요. 제품이 신상품보다 저렴할 때, 혹은 한정판일 때 구매가 활발히 이뤄지더라고요. 이런 거래 방식에 주안점을 두고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했어요. 이용자가 선호하는 브랜드나 카테고리 중 신상품보다 싸거나 희소성이 있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식이죠.”

2021년 7월, 콜렉티브 앱의 정식 버전을 출시했다. 옷, 가방, 신발 등 다양한 중고 패션 아이템을 개인이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모바일 앱으로, 현재 2만개가 넘는 제품이 콜렉티브에 등록돼 있다. 별도의 거래 수수료는 없다. 앱스토어(https://bit.ly/3sIIAfy)에서 가입할 수 있다.

출시 후 15세에서 35세 사이의 MZ세대 여성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출시 4개월 만에 월 거래액 1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4월까지 콜렉티브 앱을 통한 누적 거래액은 16억원에 달한다. 성과와 더불어 투자 제안도 들어왔다. 얼마 전 네이버 리셀 플랫폼 ‘크림’으로부터 55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유저와 거래액의 빠른 성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올 연말까지 누적 거래액 80억, 사용자 40만명을 목표로 두고 있어요. 회원 수를 늘려 광고나 기업 협업 등으로 수익모델을 만들고자 합니다. 해외 진출도 모색하고 있어요. 가장 먼저 바라보고 있는 국가는 일본입니다. 일본은 빈티지 제품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아직 온라인 거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성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션 전문 중고거래 앱 '콜렉티브'. /크레이빙콜렉터

패션 전문 중고거래 앱 "콜렉티브"/ 크레이빙 콜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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