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최성민씨, 한국에서 IT개발 다시 배우는 이유
중학교 2학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최성민(29) 씨는 6년전 텍사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NGO(비정부기구) 단체인 아시안 리더쉽 단체(APLN)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갑자기 올해 3월 한국폴리텍대학 증강현실시스템과에 입학했다.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정치에 꿈이 많았다. 그리곤 10년전 미국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군 복무를 마쳤다.
제대 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핵 비확산을 주장하는 NGO(비정부기구) 단체인 APLN에서 1년 간 일했다.
좋은 대학에 좋은 스펙까지 갖추었지만 진로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변화’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NGO 단체는 일의 호흡이 깁니다. 저의 문제였을까요. 당장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주지 못하니 답답했습니다. 전공인 ‘정치’를 통해서 길을 찾는 것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더군요.”
28살이란 나이에 모든 경력을 버리고 백지상태로 돌아왔다. 주저하는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뭐가 됐든 빨리 결정하자’고 스스로 되뇌었다. 새로운 진로를 찾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코딩같은 컴퓨터 언어를 배운다기에 IT분야로 정했다.
그의 눈을 사로잡은 건 메타버스(실제 현실과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의 3차원 공간)였다.
포털사이트, 유튜브 등에 ‘메타버스’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글과 동영상을 섭렵했다. 관련 기술을 빠르게 익히고 실무에 적용할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수소문했다. 컴퓨터∙게임 아카데미 홈페이지를 들여다봤지만 커리큘럼이 기술적인 부분에 치중돼 있었다. 3년제∙4년제 대학에 가자니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2022년 3월 한국폴리텍대 광명융합기술교육원 증강현실시스템과에 입학했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유니티/언리얼엔진(VR·AR개발프로그램), 포토샵/마야(2D·3D그래픽프로그램)등 수업으로 꽉 찬 일상을 보내고 있다. 실습에 필요한 고사양 컴퓨터가 학교에 있기 때문에 저녁 9시까지 실습실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때가 많다.
1년 전만 해도 컴퓨터에 알 수 없는 수식을 쓰는 일을 하게 될 줄 몰랐다.
“5년 전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GO가 인기를 끌 때 포켓몬 잡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지 이걸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안중에도 없었어요. 최근 국내 게임회사 펄어비스에서 내놓은 ‘도깨비’라는 게임 화면을 볼 때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어떤 버튼을 누르면 어떤 화면이 뜨고, 캐릭터는 어떤 액션을 하는지 세세하게 관찰하게 됐죠.”
10개월 교육 과정을 마치자마자 게임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다.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주요 대기업에서 가상 인물 전면에 내세워 광고 모델로 쓰고 가상 인물로 꾸려진 아이돌 그룹이 탄생했죠. 그런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먼 미래에는 나를 닮은 캐릭터가 가상현실 속에서 아이스티를 마시면, 현실에서도 목 안에 시원함이 감도는 기분을 느끼는 기술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술의 최전선에 서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