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청소하며 배운 기술로 네일 혁명… 5년새 매출 172배

by 벼룩시장 posted Jan 14, 2023

 

셀프 젤 네일 스티커 <오호라> 만드는 유기현 대표…매출 864억원 달성

'오호라'의 셀프 젤 네일 제품을 손에 붙인 모델의 모습. /오호라

'오호라'의 셀프 젤 네일 제품을 손에 붙인 모델의 모습. /오호라

“나 이거 오늘 번 돈이야. 저거 살게.”

청소하던 할머니가 주머니에서 5만원을 꺼냈다. 한국기술교육대학 기계공학과를 나온 유기현과 같은 학번 친구 2명은 당황해서 손사레를 쳤다. “할머니 괜찮아요, 그냥 드릴게요.”

2016년 서울 코엑스 국제소싱페어. 이들은 이날 젤 네일을 60%만 굳힌 반경화 필름 스티커를 들고 나왔다. 손톱에 붙이고 소형 LED 램프에 1분 정도 더 굳히면 전문숍에서 바른 것처럼 되는 ‘셀프 젤 네일’ 제품이다. 생소한 신생 브랜드 부스를 찾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별 소득 없이 정리하던 저녁, 현장 청소를 하던 할머니가 다가와 “이게 뭐냐”고 물었다. 유기현 대표는 “그냥 붙여드리겠다”면서 제품 하나를 그의 열 손가락에 붙여드렸다. 이후 십분 후 돌아온 할머니가 5만원짜리를 내밀며 제품을 더 사겠다고 한 것이다. 한사코 돈을 안 받는 유 대표에게 할머니는 말했다. 

“난 평생 청소만 해서 손을 볼 일이 없었거든. 근데 이걸 붙이고 보니까 내 손이 생각보다 예쁘더라고. 그래서 이걸 꼭 집에 가서 딸과 다시 해보려고 해….”

‘오호라’를 만드는 글루가의 유기현 대표는 “제가 오호라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 날”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시험 삼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엄지 손가락에만 젤 네일을 공짜로 붙여줘봤어요. 그날 우리는 샘플을 모두 팔았습니다(웃음).”

셀프 젤 네일 스티커 ‘오호라’의 성장 속도는 쏘아올린 화살과도 같다. 5년만에 매출 172배, 고객수 100배, 생산 능력은 30배가 커졌다. 작년 매출은 약 860억원이다. 모든 것은 네일의 ‘ㄴ’자도 모르는 남자 대학생 셋이 상품을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유기현(왼쪽) 대표와 최명화 부대표가 ‘오호라’의 제품을 들고 웃고 있다. 두 사람은 “평생 매니큐어를 발라본 적 없는 중노년 여성들이나 육아에 지친 워킹맘이 우리 제품을 쓰고 즐겁다는 반응을 보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유기현(왼쪽) 대표와 최명화 부대표가 ‘오호라’의 제품을 들고 웃고 있다. 

 

 


 

공장 청소하며 배운 ‘반경화 젤 기술’

유기현 대표가 젤 네일로 창업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데, 참가자들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가르쳐주는 대로 손톱에 매니큐어를 따라 바르질 못했다. 네일이 혼자 바르기도 어렵고 전문 숍에 가려면 돈과 시간이 든다는 것을 알았다. 중소기업청에 창업 신청서를 내고 지원금을 받아 손톱용 디지털 프린터를 만들었지만 네일숍 원장들로부터 혹평을 들었다. “전문숍에서 한 것보다 예뻐야 의미가 있어. 이런 건 쓰레기야.”

남은 돈은 1000만원 정도. 젤 네일로 필름을 만들어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화학 필름 고수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 질문을 올려봤지만 대부분 돈부터 요구했다.

‘마징가’라는 ID를 쓰는 사람만이 “궁금하면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보내왔다. OLED 디스플레이용 필름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대표였다. 경기 화성 공장까지 그를 찾아갔다. 3개월 동안 매일 그의 공장을 청소하며 기술을 알려달라고 졸랐다. ‘마징가’는 결국 그의 공장에 10㎥(3평) 공간을 내주고 화학 필름 경화 기술 골자를 가르쳐줬다.

3년을 연구한 끝에 오호라의 전신이 되는 반경화 필름을 완성했다. 젤 네일을 절반쯤 굳히고 2차로 불빛을 쏘아 다시 굳히는 기술로 탁월한 광택과 지속성을 유지했다. 국내 특허를 땄고,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전시회에서 1등상인 금상을 받았다. 이탈리아 밀라노 뷰티 박람회 ‘코스모프로프’에도 참가했다. 로레알 본사 임원들이 찾아와 “제품을 맡기고 싶으니 공장을 보여달라”고 했다. 공장이 아직 없을 때다. 한국에 돌아온 유 대표에게 ‘마징가’가 “내 공장을 개조해서 쓰라”고 했다. ‘마징가’는 연구개발총괄 디렉터를 맡았다. 2017년 아모레퍼시픽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제품을 공급하면서 생산을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 시작

2019년부터는 ‘오호라’라는 자체 브랜드 생산을 시작했다. 에코마케팅이라는 회사로부터 지분 투자도 받았다. 그해 매출 65억원. 이듬해인 2020년엔 864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엔 전체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일본에 진출해 매출 200억원을 달성했다. 디즈니·구글 등을 거친 최명화 부대표가 합류해 커진 회사도 가다듬었다.

미국·싱가포르에 진출했고, 조만간 동남아시아와 중동 시장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전세계 네일 아티스트가 자신이 직접 디자인을 그려서 올리고 호응을 얻으면 이 제품을 바로 생산, 현지에서 유통하고 수익을 나눠가지는 플랫폼도 곧 론칭한다. 이들은 ‘오호라’가 이토록 빨리 성장한 이유를 두고 “네일은 단순한 패션도 단순한 제조업도 아니라서 그렇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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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 손톱 발톱 자체가 플랫폼

“패션이나 화장품은 소위 T·P·O(시간·장소·상황) 같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아요. 나의 내면보단 외부 시선에 따라 바뀌죠. 손톱 발톱은 반면 다르더라고요.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훨씬 더 솔직하게 반영합니다. 그 나라의 문화나 기후, 한 사람의 내면을 표현하는 창이기도 하죠. 다시 말해 한 사람 몸의 20개 손톱과 발톱은 곧 그 자체로 플랫폼입니다.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담을 수 있어요. 그 자체로 엄청난 시장이 되는 거죠. 아직 이 시장은 제대로 열리지도 않은 셈입니다.”

‘오호라’를 통해 타진한 국내 시장 가능성도 아직 무궁무진하다. 유 대표와 최 부대표는 “어린 아이부터 70~80대까지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네일이라는 사실을 또한 매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캐러멜 곰돌이 디자인을 내놓으면 초등학생에게 주로 잘 팔릴 줄 알았지만 꼭 그렇지가 않아요. 할머니들도 열광합니다. 어디에도 꺼내 놓지 못했던 동심과 마주하게 되는 거죠(웃음).”

 

유 대표와 최 부대표는 “전 세계 셀프 네일 시장 점유율 40%를 넘기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뭐든 시장 점유율 40%를 넘기면 그 제품이 대명사가 되더라고요. 나이키, 애플 같은 회사가 그렇죠.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오호라’ 한다고 말하게 될 때까지 혁신을 거듭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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