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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사는 72세 김종은(여·가명)씨는 약대를 졸업하고 40년째 현직 약사로 일하고 있다. 4년 전까지 직접 약국을 운영하다, 남편과 사별한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아르바이트로 약국에 나가 생활비를 번다. 30평대 마포 신축 아파트와 중형차를 갖고 있으면서 또박또박 연금도 받는다. 직장 생활을 하는 아들·딸보다 김씨가 더 부자라서 노후 걱정은 없다. 그는 “자식들에게 손 벌릴 일 없이 남은 인생 건강하게 즐겁게 살다 가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한국 가계자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부동산까지 합친 세대별 자산을 따져보면 60세 이상이 가진 순자산이 전체의 46%에 달했다. 2021년 서울연구원이 세대별로 보유한 금융자산(은행 예·적금에 전·월세 보증금)에 부동산과 자동차 등 실물자산까지 조사한 결과다. 1940~1954년 태어난 산업화 세대는 가구당 평균 3억3936만원의 순자산을 가졌고, 1955~1964년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순자산은 전체 세대 중 가장 많은 평균 4억966만원이었다. 이들을 합친 노인 세대가 전 세대 자산의 절반 가까이 가진 셈이다.
이런 경향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도 비슷하다. 블룸버그와 금융정보회사 CEIC 등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1964년 이전에 태어난 세대가 미국 전체 가계자산의 69%를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60세인 이들의 인구 비중은 약 30%지만 전체 자산의 거의 70%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도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가 가진 현금과 예금이 전체의 57.3% 수준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다른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부를 축적한 것은, 우리나라가 압축 성장하던 때 경제활동 최전선에 있었던 덕분이다. 1975년에서 2022년 사이 우리나라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2318% 올랐다. 같은 기간 일본(107%)이나 미국(1247%) 상승률을 크게 뛰어넘는다. 주가지수(코스피)는 1980년 이후 지금까지 26배 뛰었다.
많은 부를 쥔 ‘파워 실버’ 등장에 기업들은 이들을 타켓으로 한 경영 전략을 세우는데 분주하다. KB국민카드는 최근 연회비 100만원짜리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하면서 ‘의료기관 동행서비스’를 혜택 중 하나로 집어넣었다. 고액 자산가 고객 중 검진서비스 등을 받으러 병원을 오갈 때 도움받길 원하는 수요가 있다고 보고 경쟁 카드 대비 차별화 포인트로 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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