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원수 죽이고 징역 100년…한인 장기수의 안타까운 사연

by 벼룩시장 posted Sep 09, 2023

누나 동거남 총격 살해한 후 자백…앤드류 서씨,30년간 모범수 생활, 네 번째 사면 청원

Image Credit: AsianCrush/YouTube

열아홉 살에 누나의 동거남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한 장기수의 사면 여부가 미국에서 관심받고 있다.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서울에서 시카고로 이주한 한인 남성 앤드루 서(49·한국명 서승모)씨의 이야기다.

시카고 트리뷴은 서씨가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에게 제출한 특별사면 청원이 수개월째 계류 중이라며 “서씨는 교도소에서 30년을 살며 보인 모범적 모습이 용서를 얻을 수 있길 바라고 있고, 쿡 카운티 검찰 역시 사면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프리츠커 주지사가 사면 대상자를 최종 결정할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씨를 후원하는 단체는 그가 지난 3월 낮은 보안등급의 교도소로 이감된 것을 고무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매체는 “서씨의 사면 청원이 또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1993년 제정된 법에 따라 그가 모범수로서 쌓은 신용, 노동 시간, 재활 프로그램 이수 등을 인정받아 6년 후쯤 자유의 몸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서씨는 1993년 9월 범행 이후 1995년 재판에서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80년형으로 감형됐다. 그러나 2002년, 2017년, 2020년 세 차례에 걸친 사면 청원은 모두 거부됐다.

 서씨가 올해 재차 넣은 청원은 지난 4월 심의를 거쳐 프리츠커 주지사에게 전달된 상태다.

서울에서 태어난 서씨는 두 살 때인 1976년 군 장교 출신 아버지와 약사 출신 어머니를 따라 미국 시카고로 이민했다. 그러나 9년 만에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는 불행이 찾아왔는데, 당시 서씨는 어린 나이에도 아버지를 곁에서 지극정성 간호했다. 잠든 자신을 언제든 깨울 수 있도록 아버지 손목에 끈을 묶어 몸에 연결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질 정도로 주변인들에게 효자로 불렸다고 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어머니가 세탁소를 운영하며 서씨와 5살 위 누나 캐서린을 키웠다. 하지만 2년 만에 어머니 역시 강도 흉기에 37차례 찔려 살해당하는 비극이 찾아왔다. 서씨는 캐서린에게 의지해 유년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지만 서씨는 어긋나지 않았다.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 진학해 학생회장을 맡았고 미식축구 선수로도 뛰었다. 대학 진학 때는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그렇게 꿈 많던 그의 삶을 단번에 뒤엎은 사건은 대학교 2학년 때 일어났다. 그가 누나 캐서린의 동거남이었던 로버트 오두베인(당시 31세)을 총으로 쏴 살해한 것이다. 이 일을 부탁한 건 캐서린이었다. 당시 캐서린은 동생에게 “오두베인이 엄마를 죽였다. 상속받은 재산을 도박으로 탕진하고 나를 학대한다”며 권총과 도주용 항공권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사건 이면에는 다른 의혹이 숨어있었다. 캐서린이 80만 달러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돈 문제로 갈등을 빚던 어머니를 오두베인과 함께 살해했다는 추정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당시 캐서린과 오두베인이 용의선상에 오른 바 있으나, 서로의 알리바이를 보장해준 덕분에 수사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오두베인이 살해된 직후에도 서씨는 죄책감을 호소하며 자백했지만, 캐서린은 도주했다.

서씨는 2017년 언론 인터뷰에서 캐서린이 생명 보험금을 받기 위해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캐서린은 오두베인 사건 6개월 후 하와이에서 체포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서씨는 2010년 다큐멘터리 영화 ‘하우스 오브 서’(House of Suh)에서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누나를 보호하는 길이라 생각했다”며 “가족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서씨는 지난 세월 동안 감방에서 모범수로 지내왔다. 동료 수감자들 사이에서는 그가 3개 국어에 능통하고, 친화력이 뛰어나며, 양심적인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갓난아기였던 앤드류 서씨와 누나, 그리고 서씨의 부모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70 2300불로 시작…17년만에 4억불 부자 된 외식업 한인기업인 file 벼룩시장 2021.02.15 3338
669 23년째 전한 '사랑의 찐빵'…경기도 효천교회 곽광희 목사 file 벼룩시장 2020.03.02 5795
668 23세 최연소 억만장자, 명단에서 빼기로 file 벼룩시장 2021.11.20 2137
667 25살 러시아 아내, 새벽배송 나가 암투병 한국인 남편 지켰다 러시아 출신 폴리나씨. /유튜브 채널 ‘폴리나랑’ 한국으로 시집온 러시아 출신의 20대 여성이 암 투병 중인 남편 대신 온라인 유통업체 새벽배송 일... 벼룩시장 2024.03.15 366
666 26살 고졸 청년이 연매출 40억 기업 일궈 22살에 수산물 유통업체 창업한 통영 최준혁 대표 ‘통수산’ 최준혁 대표는 고교 졸업 후 바로 사회생활에 뛰어들었다. 활어 유통회사에서 1년간 일... 벼룩시장 2022.06.17 1827
665 27년 콩으로 한우물 판 김석원 ‘맑은 물에’ 회장, 1700억 매출 기록 두부·콩나물·낫토 등 콩 원료 식품을 전문으로 제조·유통하는 ‘맑은물에’ 김석원 회장은 올해 에너지바 품목에서만 매출 100... 벼룩시장 2024.02.02 355
664 27년전 입양된 아기가 어엿한 실리콘밸리 전문직 여성으로 file 벼룩시장 2021.05.03 2871
663 29세 한인여성, 20억불 기업 탄생시켜 file 벼룩시장 2021.09.25 2911
662 2시간 35초…또 마라톤 신기록 깨졌다 매주 연습으로 300㎞ 씩 달린 케냐의 24세 켈빈 킵툼 케냐의 켈빈 킵툼(24)이 시카고에서 열린 2023 시카고 마라톤에서 42.195㎞를 2시간00분35초에 달렸다. 100m... 벼룩시장 2023.10.14 655
661 2천으로 12억 찍은뒤…전재산 2억 날린 40대의 인생역전 file 벼룩시장 2019.10.08 5531
660 300만원으로 창업해 연 5억원 매출 올린 뜻밖의 방법 ‘네가 뭘 알아’ 무시당하던 신입사원, 빅사이즈 의료 쇼핑몰 창업기 워너빅 김현주 대표와 워너빅 의류를 협찬받은 전 농구선수이자 방송인 하승진 ... 벼룩시장 2022.02.04 1886
659 300억원의 사나이 된 美프로풋볼 한인선수 한인 키커 구영회, 두번의 방출 아픔 이겨내고 재계약 NFL(미 프로풋볼)의 한국계 키커 구영회./로이터 NFL(미 프로풋볼)의 한인 키커 구영회(28)가 300억원의 사... 벼룩시장 2022.03.18 2430
658 30대 한인 1.5세가 LA최대 <할리우드 차병원> 이끈다 첫 한인 1.5세 제이미 유 대표 임명&hellip;미 주류 의료업계 풍부한 경험 한국 의료수출 1호 병원&hellip;내년 100주년 앞두고 4억불 병동 신축 내년 설립 100... 벼룩시장 2023.04.14 1432
657 30세 ‘코인계 워런버핏’ FTX 추락?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lt;FTX&gt; 파산 위기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위기에 놓였다. FTX에 투자한 소프트뱅크 등 주요 투자자들의 손실이 이어질 것... 벼룩시장 2022.11.11 1436
656 30세 피그마 창업자, 200억불에 회사 매각 1불짜리 커피 즐기던 수줍은 딜런 필드, 억만장자 됐다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Adobe)가 경쟁업체 피그마(Figma)를 거액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피그마 공동 ... 벼룩시장 2022.09.23 2156
655 30세에 1조원대 美증시 상장한 한인 <팀 황>은 누구? 거물 투자자도 줄 서&hellip;글로벌 규제&middot;법 분석 서비스 &lt;피스컬노트&gt; 뉴욕 상장 팀 황이 피스컬노트를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모습. /피스컬노트... 벼룩시장 2022.09.02 1251
654 34년간 연간 13.8% 수익률…예일대를 돈방석에 앉히다 file 벼룩시장 2019.10.15 5580
653 34년만에 찾은 아빠가 문전박대…친딸 인정 승소한 입양여성 file 벼룩시장 2020.06.15 4495
652 36세 대표가 뷰티 사업 일궈 6400억 돈방석 앉았다 뷰티 테크기업 &lt;APR&gt;창업자 김병훈 대표, 지분 가치 6400억원 달해 올해 기업공개(IPO)시장 첫 대어로 꼽히는 뷰티 테크 기업 에이피알(APR)이 공모가 최상단을 ... 벼룩시장 2024.03.02 287
651 3초만에 큐브 뚝딱… 자폐증 앓는 한인선수, 세계신기록 경신 file 벼룩시장 2023.06.16 94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7 Next
/ 37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