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역에 매장 3000곳… 올 매출 20%대 성장 1조6000억원 예상

패션·유통기업 이랜드월드의 중국 법인 이랜드차이나의 올해 예상 매출은 1조6000억원이다. 내년엔 매출 2조원을 넘기고, 한국 매출까지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휴대폰·자동차·백화점·화장품 할 것 없이 다른 한국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나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대로 추락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업종 가릴 것 없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상황에서 이랜드의 ‘나 홀로 중국 시장 성장’은 이례적이다.

이랜드차이나 성장의 가장 큰 비결은 조직 혁신과 현지화라는 분석이다. 5년전 이랜드월드 대표를 맡은 최운식 대표는 현지 직원을 과감하게 임원으로 기용했다. 또 브랜드를 리뉴얼하면서 고급화했다. 

이랜드 차이나는 디자인부터 발주·생산·매장 판매까지 5일 만에 끝내는 시스템을 통해 민감한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옷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고, 매장의 진열 제품부터 매장 음악까지 한국 매장과 똑같이 만들어 소비자를 붙드는데도 성공했다.

◇현지 임원 절반, 중국인으로 채웠다

이랜드차이나는 작년 부대표 격인 영업총괄직에 30대 후반의 현지 중국인을 임명했다. 이랜드차이나에서 일하다 퇴사한 직원을 다시 스카우트해서 데려왔다. 또 브랜드 매니저, 지사장 자리 등 주요 직책 절반을 중국 직원으로 채웠다. 회사 분위기는 곧바로 달라졌다. 나도 열심히 하면 이 회사에서 임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중국 현지 직원의 일하는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

◇한국 성공 사례, 중국에 이식하다

최 대표는 중국 사업을 맡자마자 브랜드 고급화부터 시작했다. 여성복 브랜드 이랜드에 고급 원단을 적용하고 클래식한 상품으로 리뉴얼했다. 매출은 수직으로 상승했다. 진열 제품부터 매장 음악까지 한국 매장과 똑같이 만들어 마치 한국에서 쇼핑하는 기분을 느끼도록 해 중국 MZ세대를 잡았다.

생산 속도를 맞출 수 있는 현지 협력 업체를 광저우·항저우 시장을 뒤져 찾아냈고, 베트남·인도 공장에서 대체 생산해 중국 시장으로 공급하는 비상시스템도 마련했다.

◇ 30년간 버티며 얻은 관시(關係)의 힘

중국 상하이 이노베이션 밸리 중정의 모습. /이랜드 제공

작년 6월 상하이에 문을 연 상하이 이랜드 E-이노베이션 밸리(EIV)는 11만평 규모의 대규모 산업단지다. 이랜드차이나 본사부터 연구·개발(R＆D)센터, 쇼핑몰, 스마트 물류 시스템, 한중 비즈니스 센터 등을 모아 놓았다. 또 중국 내수 업체와 협력사, 중국 로컬 공장도 입주시켰다. 

 

이랜드차이나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다른 기업들이 철수할 때도 중국에서 버텼고, 지난 30년 동안 중국에 2조원 넘는 세금을 냈다. 중국 현지 기업도 쉽지 않다는 ‘중화자선상(中華慈善賞)’을 네 차례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