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앱 아자르, 전세계 사용자 1억명…美 최대 온라인 데이트 기업이 인수

 

 

 

전 세계적으로 1억명 넘는 사용자를 거느린 직원 400명의 한국 영상 채팅 기업이 2조원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 최대 온라인 데이트 기업이 이 회사를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되며 기록한 4조7500억원에 이은 한국 인터넷 스타트업 사상 둘째 기록이다.

 

이 기업은 서울대·포스텍 출신들이 2014년 창업한 벤처 하이퍼커넥트다.  미국 매치그룹이 회사 지분 100%를 약 2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매치그룹은 세계 최대 데이트 앱 ‘틴더’ 등 소셜미디어 40여 개를 운영하는 나스닥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47조원에 이른다. 하이퍼커넥트는 1대1 영상 통화 채팅 앱 ‘아자르’로 지구촌에 이름을 알렸다. 230국에서 19가지 언어로 1억명 이상이 사용 중이며 누적 다운로드 횟수가 5억4000만이나 된다. 이용자 99%가 외국인이다.

 

하이퍼커넥트의 성공은 젊은 창업자의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 덕분에 가능했다. 안상일(40.사진) 대표는 서울대 재료공학부 재학 시절부터 창업한 회사만 10여 곳이다. 밤새 작업하다가 소파에서 쪽잠을 자는 날이 이어졌다.

 

안 대표는 2013년 다시 창업에 나섰다. 문자 채팅, 음성 채팅 등 6~7가지 채팅 앱을 만들어 테스트한 끝에 같은 해 아자르를 출시했다.

 

 스페인어로 ‘우연’이라는 뜻이다. 아자르는 ‘뉴욕 남성’ ‘런던 여성' 식으로 지역과 성별을 지정하면 지구 반대편 낯선 사람과도 동영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사진 위주 데이트 앱뿐이던 시절이다. 성공을 자신할 수 없었던 안 대표는 우선 시장이 작은 뉴질랜드에서 가능성을 타진하려 했다. 하지만 앱 스토어에 올리는 과정에서 조작 실수로 전 세계 앱 마켓에 동시 출시를 해버렸다. 이 우연한 실수가 대박으로 이어졌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대만에서 하루에 무려 20만명씩 내려받으며 난리가 시작됐다.

 

제적 이성 교제, 실감 나는 외국어 공부를 원하던 누리꾼들이 아자르에 환호했다. 특히 중동·인도 등에선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업계에선 ‘중동의 카카오톡’이라 부를 정도다. 지난해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확산하면서 유럽 구글스토어에서 틱톡, 트위치 같은 글로벌 소셜미디어를 제치고 다운로드 수 4위에 올랐다. 아자르는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지만 구체적으로 원하는 상대방의 지역과 성별을 지정하면 돈을 받는 유료화 모델로 수익성도 확보했다. 급증하던 매출이 지난해는 상반기에만 1235억원까지 올랐다.

 

 

창업 경험이 많은 안 대표는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 치밀한 경영 전략을 체득했다. 수익이 생기면 광고와 마케팅에 재투자했고, 직원 규모가 채 30명이 되기도 전에 회계사와 변호사를 뽑을 정도로 재무와 경영을 탄탄히 했다. 인공지능(AI) 등을 이용한 자동 통역 등 장기적 안목의 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아자르 직원 400명 가운데 200명 이상이 개발자다.  매치그룹은 안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400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독립적 경영도 보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