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새가 대내외 각종 공문서에 사용한 도장이라면, 어보는 왕과 왕비의 덕을 기리거나 사후 업적을 찬양하기 위해 만든 의례용 도장이다. 

서준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어보를 계속 만든다는 건 그만큼 시대 상황이 안 좋았다는 뜻"이라며 "고종은 쇠락한 왕권을 강화하고 정통성을 과시하기 위해 어보를 끊임없이 제작했다. 자신을 왕위에 올려준 신정왕후(효명세자빈)에게는 1년에 한 점 이상 어보를 만들어 바쳤다"고 했다.

반면 세종의 어보는 아들 문종이 시호를 올려 제작한 '세종시호금보' 한 점뿐이다.

고종은 국새도 20여 점 만들었다. 1882년 고종은 청나라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 외교를 하겠다며 새 국새 3점을 만들라고 명한다. 새 도장을 법률·칙령·관료 임명 등 여러 공문서에 찍었지만, 나라가 망하고 6·25전쟁을 겪으면서 뿔뿔이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