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구기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할 당시 가장인 그의 급여는 월 200여만원에 불과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는 "과학계는 돌아보기도 싫다"고 했다. 옛 동료들은 A씨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박사후연구원은 박사 학위를 따고 갓 연구 현장에 뛰어든 연구원들이다. 연구 생산성이 가장 왕성해 과학 선진국에선 연구 현장의 주축이다. 노벨상은 교수가 타지만 그 성과를 좌우하는 건 이들 연구원이다. '이들 연구원 없는 연구'는 상상도 못 한다. 

노벨상 수상자 16명을 배출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분자생물학연구실은 교수 1명에 박사후연구원 8명, 대학원생 2명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박사후연구원에게 최소 연봉 5만달러를 보장하고 독일은 기혼 연구원이 자녀가 생기면 계약 기간을 늘려 안정적인 연구를 뒷받침한다.

한국의 박사후연구원은 현실이 참담하다. 200만~300만원에 불과한 월급,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불안정한 신분 등 열악한 처우를 견디다 못해 A씨처럼 연구자의 길을 접거나 해외로 떠나는 이들이 적지잖다. 기초과학 분야 학회의 모임인 기초연구연합회는 한 해 배출되는 이공계 박사 4100여명 중 1200여명이 국외로 나간다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