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켈리델리' 성공시킨 켈리 최 

시골처녀에서 글로벌 여성 기업인으로

 

 

 

1985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육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그녀를 서울로 상경한 열일곱 살 소녀의 삶은 고단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와이셔츠 공장에서 오후 5시까지 미싱을 돌리고, 퇴근 후 기숙사로 달려가 씻고 저녁먹고 버스를 타고 야간고등학교에 갔다가 수업이 끝나면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3층 침대 안에서 잠을 잤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고 했다.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녀의 고향은 학교에 보내기 어려울 만큼 가난했다.

이 한국소녀는 자라서 어떻게 됐을까. 

프랑스의 카르푸, 독일의 에데카, 영국 웨이트로즈 등 유럽 대형마트 식품 코너에 가면 '스시데일리' 매장을 볼 수 있는데, 이 브랜드를 가진 켈리델리 그룹의 창립자가 바로 이 소녀였다. 

켈리 최(50·한국명 최금례). 켈리델리 그룹은 유럽 10국에 700여 개 매장을 가진 요식 기업으로, 직원 수는 407명에 지난해 매출은 5000억원이다. 

10대에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어서 일본으로 건너가 복장학원에 다녔는데, 일본 디자인은 대부분 프랑스에서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일본에서도 살았는데 프랑스라고 못할까' 생각하고 1995년 무작정 프랑스행 비행기를 탔다. 

그녀는 파리의 디자인 학교를 졸업하고 파코라반 등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한국인 친구 제안으로 동업한 광고회사가 몇 년 만에 망하면서 10억원의 빚을 지게 됐다. 그녀 나이 마흔이었다.

사업 실패 후 아시아인이 외국에서 돈 많이 안 들이고 성공한 아이템을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수퍼에서 하는 요식업을 생각하게 됐고, 그때부터 수퍼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그렇게 2년을 하니 수퍼마켓의 모든 것이 파악됐다. 

처음에 그녀는 수퍼에 납품하는 삼각김밥을 하려고 했지만 10억원짜리 무균 공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즉석에서 스시를 만드는 사업을 생각하게 됐다. 

그녀는 자신이 멘토로 삼고 싶은 사람들에게 무조건 들이댔다. 유명한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버리고, 그 사람들의 저서와 인터뷰를 모두 읽고 들이대니까 바쁜 그들이 답장을 해주었다. 프랑스 초밥 장인 야마모토상, 미국 스노폭스 김승호 회장, 드니 하네칸 전 맥도널드 유럽 최고경영자(CEO)가 그들이다. 

지난 해까지 켈리델리 그룹이 판 도시락만 1억5000만개, 시장 점유율은 50%로 유럽에서 1위다 .

프랑스에서 성공을 거둔 후 영국·독일 등에 직접 접촉하면 확장했고, 스페인은 먼저 진출 제안이 들어왔다. 

그녀의 다음 꿈은 유럽 곳곳에 한국식당을 창업하는 것이다. 또 수퍼마켓마다 고추장 소스가 타바스코 소스처럼 진열되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켈리델리 그룹은 혁신적 성공사례로 프랑스 경영대학원 교재에 수록되기까지 했다. 또 그녀는 한국에서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라는 책도 냈다.

프랑스인과 결혼한 그녀는 “딸이 무엇을 하든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나는 성공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행복하니깐 성공을 하더라. 행복이 성공의 열쇠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