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윌슨센터 연구원 160명 이끄는 한인 수미 테리 박사…CIA 거쳐 오바마 정부서 일해
한인여성인 수미 테리(49) 박사는 워싱턴DC에서 가장 바쁜 한국 전문가 중 한 명이다. 1968년 미 의회가 설립한 워싱턴의 초당파적 정책연구기관 윌슨센터가 그녀를 ‘한국 역사 및 공공정책센터’의 신임 국장으로 임명했다.
뉴욕대 졸업 후 미 최초의 국제법·외교학 대학으로 유명한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2001년 CIA에 한반도 정보 분석가로 들어가 10년 정도 미 정부에서 일했다. 9·11 테러 다음 해인 2002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을 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대통령 일일 브리핑’에 그녀가 쓴 보고서가 다수 포함됐다.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국·일본·대양주 담당 국장을 지내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보좌했다. 미 국가정보위원회(NIC)와 미 외교협회(CFR)를 거쳐 2011년 민간 분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맡게 된 윌슨센터 국장직은 연구원만 약 160명 있는 한국 프로그램을 총괄해서 이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소감을 묻자 “홀로 되신 어머니와 처음 미국에 이민 올 땐 이처럼 안보 분야에서 일할 줄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간암으로 아버지를 여읜 그는 ‘아빠가 없다’는 걸 알리기 싫어 친구들에게 숨겼다.
출판업계에서 일하며 당시 한국에서 흔치 않은 커리어 우먼으로 살던 모친은 친구들 놀림에 눈물 흘리는 외동딸을 데리고 이민을 결심했다.
결혼해 남편과 두 아이가 있는 그녀는 “아이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물어보면 바로 ‘쿨’ ‘스마트’ ‘테크놀로지’ 같은 단어가 나오더라”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내가 노던 버지니아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엔 그렇지 않았다. 매일같이 학교에서 ‘네 나라로 돌아가’ 같은 인종차별적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2019년 아이들과 함께 뉴저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갔다. 백인 여성과 남성들이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더라”며 “완전히 새로운 체험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이제 한·미 관계엔 북한 문제 말고도 무역, 한·중 관계, 한·일 관계, 공급망, 기술 등 다양한 측면이 있다. 거기에 미국이 관심 있는 동맹 이슈에 대해 폭넓고 깊이 연구해 미 의회와 행정부에 실행 가능한 정책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