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이걸 넣었더니…29개국 수출 성공한 아빠의 아이디어

by 벼룩시장 posted Sep 16, 2022

 

연매출 100억원, 29개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샤워 필터 개발자 <H201 하경수 대표>

가족의 경험은 중요한 창업의 계기 중 하나다. 아토피에 시달리던 아이를 위해 ‘샤워 필터’를 개발했다가 창업까지 한 H201의 하경수(36) 대표를 만났다. 연 1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면서 29개국 수출까지 하고 있다.
 

시프트 비타민C 캡슐은 23가지 향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더비비드
시프트 비타민C 캡슐은 23가지 향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 더비비드

 

아토피에 시달렸던 직장인

H201은 비타민 샤워 필터를 제조해 국내외에서 판매하고 있다. 녹물을 제거하는 연수기필터에 아로마 테라피 요소를 접목한 제품이다. 필터에 들어간 비타민 겔이 잔류 염소를 제거해준다. 라벤더, 화이트머스크, 아쿠아블루레몬 등 13가지의 향을 첨가해 물에서 향기가 난다.

최근에는 2세대 샤워 필터 격인 ‘샤워 캡슐’을 내놨다. 크기가 5cm 정도로 기존 샤워필터보다 매우 작다. 1세대 용량이 160g이었다면, 2세대는 16g으로 전보다 10분의 1로 줄였다. 

그는 건국대에서 국제통상학을 전공했다. 대학생 때부터 창업에 관심 많아 다양한 사업에 여러 번 도전했다. 

성실하게 직장인의 삶을 영위하던 중 창업의 불씨를 지피는 일이 발생했다. 

“저와 제 아이 모두 피부 트러블에 시달렸어요. 유명한 아토피 케어 제품을 발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았죠. 지인의 소개로 같은 고민이 있는 사람을 알게 됐어요. H201의 공동 설립자 이대성 대표였습니다.”

당시 유명 정수기 회사 연구원이었던 이 대표는 고민 해결책으로 샤워 필터를 개발 중이었다.

 “이 대표가 시제품을 하나 주길래 아이에게 사용했는데 피부 붉은기가 눈에 띄게 개선되더군요. 샤워하는 물이 중요하단 걸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죠. 바로 이 대표에게 연락했습니다. 이 아이템으로 함께 창업해보자고요.”

 

녹물이 피부에 닿기 전에 ‘문지기’ 역할 하는 필터 개발

2016년 비타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 시제품 단계였던 샤워 필터를 개선하는 작업부터 착수했다. 1차 목표는 오염된 물을 집에서도 손쉽게 바꿀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하는 것이었다. 

“샤워 필터가 물과 처음 만나는 구간에 녹물 제거 필터인 세디먼트 필터를 설치했습니다. 필터가 녹물과 부유물을 걸러주는 문지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요.”

한번 걸러진 물은 그 어떤 화장품보다도 먼저 피부에 닿는다. 샤워 중에도 피부에 영양을 줄 수 있도록 비타민을 더했다. 

“필터 성분의 60%가 비타민 C입니다. 아토피의 주요 원인이 잔류 염소와 박테리아 등 물속 유해 물질인데요. 비타민C는 물속 잔류염소를 99.9% 제거하는 역할을 하죠. 비타민C를 농축된 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겔이 물이 닿으면 조금씩 녹아서 피부에 스며들죠.”

피부 보습 물질도 첨가했다. “사차인치 오일, 선인장 씨드오일 등 보습 물질을 넣어 물의 질감에도 변화를 줬어요. 필터를 쓰지 않을 때보다 물이 훨씬 부드럽죠. "

제품의 효능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한 방이 필요했다. 

“아로마 테라피를 떠올렸어요. 샤워하는 내내 좋아하는 향기를 맡으며 휴식을 취하면 좋겠다 싶었죠. 비타민 겔에 각종 허브와 천연 추출물을 첨가했습니다. IFRA 국제향료협회 인증을 받은 향료로 안전성도 검증받았어요. 샤워 중 물이 입에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가글, 치약 등 구강 관리 제품에 들어가는 향료 기준에 맞춰서 향료를 넣었습니다.”

 

매달 신상 ‘향’ 공개해 소비자 지속 유입

2017년 우리나라 최초의 비타민 샤워 필터를 출시했다. 후기를 수렴해 2021년 시프트 2세대를 선보였다. 

샤워 필터가 욕실 필수품으로 부상하면서 유사 제품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샤워 필터를 출시했어요. 타사 제품과 뭐가 다르냐, 똑같은 거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샤워 필터에 들어가는 비타민 겔까지 직접 만드는 회사는 저희가 유일합니다. 회사에 R&D 센터를 두고 비타민 겔의 배합과 숙성 등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죠.”

화려한 광고나 홍보 수단 대신 ‘새로운 향’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혔다. 

“5년 동안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매달 신규 향을 출시했습니다. H201만의 고유문화로 자리 잡았죠. 조향법만 70여 가지가 넘어요. 향 선택지가 다양하다 보니 소비자도 꾸준히 찾아줘 긴 시간 동안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질 취약국에 필터 기부, 29개국 수출

지금까지 누적 500만개를 팔았다. 2명으로 출발한 회사는 현재 30명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연 매출은 2021년 기준 40억원에서 올해 70~8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존재감이 커지니 외부와 손잡을 기회도 많아졌다. 

현재 29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수질 상태가 안 좋은 나라들이 많아요. 수질의 변화가 뚜렷하게 보이니 샤워 필터에 대한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국가별로 지사를 두고 있어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일본, 인도네시아, 미국, 영국 등에 지사를 두고 자사몰을 운영하고 있죠. 해외 사업을 계속 확장할 계획입니다.”

해외에서 거둬들인 이익 일부는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라오스의 사회적 기업과 협업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원료 중 하나인 사차인치 오일을 라오스 현지에서 수급해, 현지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죠. 판매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블루워터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스리랑카는 수인성 질병이 심각한 곳 중 하나인데요. 소비자가 저희 제품을 구입하면 정수 필터 1개를 스리랑카에 기부합니다.”

최근 바디클렌저와 필로우 미스트를 출시했다. 상품군을 확장하며 샤워 필터와의 시너지를 낸다는 생각이다. 

샤워 필터 제조사가 아닌 생활 양식 컨설턴트를 꿈꾼다. 

“환경이나 유전적인 문제로 피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극심한 아토피로 고생하던 제가 처음 사용했을 때 느낀 신세계를 공유해 드리고 싶어요. 샤워는 단순히 씻는 게 아니라 채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스킨, 로션 전의 ‘뷰티 0단계’라고 할 수 있죠. 샤워 필터로 물을 변화시켰던 것처럼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할 생각입니다.”

샤워기 내부에 장착해서 쓰는 샤워캡슐 '시프트'와 전용 샤워기. 201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비타민 샤워필터를 만든 H201에서 새로 만든 제품이다. /H201

샤워기 내부에 장착해서 쓰는 샤워캡슐 '시프트'와 전용 샤워기. /H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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