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용품 회사 ‘엑스페론’ 김영준 대표…고속성장했다가 코로나 때 잠시 위기 겪어
엑스페론 김영준 대표는 남다른 청소년기를 보냈다. /더비비드
1980년대 중반, 15살 나이로 전라남도 장성에서 서울로 집 떠나온 소년이 있었다. 학업 성적은 좋았지만 주입식 공부에 한계를 느껴 세상을 교과서 삼기로 결심했다. 소년은 낮에는 청계천 방산시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수도학원에서 검정고시 공부를 했다. 286 컴퓨터, CCTV 등 당대 최첨단 기기들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보며 생각했다.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으면 못 만들게 없구나.” ‘엑스페론’을 창업한 김영준 대표의 청소년 시절 얘기다.
엑스페론은 골프 용품 제조업체다. 골프 공의 중심 축을 잡아주는 기계 ‘볼 닥터’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골프공까지 만들게 됐다. 코어가 치우치지 않아 중심이 제대로 선 밸런스 볼 ‘엑스페론’은 지금까지 미국,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1억개 이상 팔렸다. 한국내에서도 가성비 골프볼로 알려지면서 온라인몰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엔 자사의 골프 용품을 판매하던 ‘무인 판매기’를 플랫폼 비즈니스로 키우는 중이다. 김 대표에게 문제의식을 신사업으로 키우는 방법을 들었다.
31살이던 2000년 골프를 시작했다. 당시 스크린 골프장이 태동하고 있었다. 골프 비즈니스에 뛰어든 건 그로부터 6년 뒤의 일이다. 10년 가까이 골프공 유통 사업을 하다 보니 몇 가지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날 골프공이 찌그러져 보였다. 측청기로 공의 지름을 쟀더니 공마다 ±2mm씩 오차가 났다.
그후 골프공의 밸런싱을 잡아주는 기기 ‘볼 닥터’를 개발하고 2014년 엑스페론을 설립했다.
2015년 밸런스볼을 개발했다. 소비자층을 넓히기 위해 제품군도 확대했다. “여성을 타깃으로 알록달록 예쁜 색상을 입힌 비비드볼 시리즈도 출시했다.
젊은층, 여성층을 겨냥해 선명한 색감을 내세운 비비드 시리즈. /더비비드
온라인 유통은 잘됐는데 오프라인 유통은 불합리한 지점이 곳곳에 보였다. 1년 간의 개발 끝에 2018년 무인 판매기 큐빙(Qving)을 출시, 골프 연습장이나 스크린 골프장에 설치했다.
큐빙의 존재가 알려지자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졌다. 골프 산업과 무관한 업종에서 무인 판매기 설치 문의가 줄 이은 것이다.
특유의 기지를 재빨리 발휘한 덕에 고속성장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라는 위기까지 비켜 가진 못했다. “2020년 초 추진했던 230억원 규모의 거래가 무기한 연장됐습니다. 미국 전역에 큐빙 3000대를 설치하기로 한 공룡 계약이었죠. 큐빙 개발비로 쓴 돈을 한 번에 벌어들일 좋은 기회였는데 무척 아쉽습니다. 반면 코로나 사태가 기회가 되기도 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무인화’가 트렌드가 되면서 큐빙을 찾는 국내 기업이 많아졌으니까요.”
이 외에 큐빙 설치 장소를 전국 5000곳으로 확대하고, 무인매장 30개를 론칭할 구상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