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구두닦이가 연매출 600억 기업으로 키운 삶

by 벼룩시장 posted Feb 23, 2024

 

건강 잃어버리면서 기업 순식간에 파산 위기…그를 살린 것은

가방끈 짧지만, 특허 등록 27개 보유한 노력파… 정진구 대표

목·허리 지지해 주는 ‘바른자세 교정밴드’ 개발한 드림에어 정진구 대표. /더비비드

목·허리 지지해 주는 ‘바른자세 교정밴드’ 개발한 드림에어 정진구 대표. /더비비드

1999년 11월 과테말라 출장길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연 매출 5000만 달러를 내던 삼정인터내셔널 정진구 대표(72)였다. 현지 의사는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18살부터 봉제공장에서 일하며 얻은 호흡기 질환이 문제였다.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3년간 투병 생활이 이어졌다. 그 사이 해외 지사장은 공장을 팔고 도주했다. 아끼던 직원과 친척은 각각 회사를 설립했다. 비슷한 성격의 회사 7개가 생겼다. 거래처를 하나씩 가로채 갔고 정 대표의 회사는 빚만 쌓였다.

병상에서 일어난 후 과거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보다는 당장 나에게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몰두했다. 콧구멍에 끼우는 방식으로 착용하는 필터형 코마스크 ‘노스크’를 개발했다. 이 제품으로 독일 뉘른베르크 발명품 국제 전시회, 스위스 제네바 국제 발명품전시회에서 최고의 발명품 환경 분야 금메달을 받았다. ‘발명이 중독과 같다’는 그는 요즘 바른 자세를 만드는 교정 밴드를 개발해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1964년 고향을 등지고 상경했다. 14살의 나이에 신문팔이, 구두닦이 등을 하며 월 800원을 벌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삶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딱하게 봤던 한 어른이 ‘기술을 배우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그렇게 4년 만에 인천 욱성물산에 들어갔습니다. 신사복을 만드는 봉제공장이었는데, 그곳에서 일본인·독일인에게 재봉틀 고치는 법을 배웠습니다.”

욕심이 생겼다. 저녁엔 퇴근을 마다하고 공장에 남아 기계를 완전히 분해했다가 재조립하며 공부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손재주가 금세 늘었고, 잇따라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초등학교만 졸업했지만 대졸 출신 직원보다 2배 넘는 월급을 받았다. 

주변의 시기와 질투도 있었다. 가방끈이 짧은 탓이다. 주변의 무시로 반발심이 일어났다. 주변 사람들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을 하고 싶었고, 무역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모아둔 돈 2천만원을 종잣돈으로 ‘삼정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을지로에 20평짜리 사무실을 냈다. 

홍콩·대만·일본에서 물건을 가져오고 또 가져다 팔았다. 삼정인터내셔널은 봉제 플랜트 수출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30개국에 진출했다. 이어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의류·생활용품을 직접 생산하는 사업으로도 확장했다. 중남미 33개국에 공장을 설립했고 총직원은 3000여명에 달했다. 연 매출은 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1999년 11월 과테말라 출장길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폐에 물이 차는 폐수종, 천식, 기관지 확장증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곧장 귀국해 3년간 치료에 전념했다. 투병 기간 동안 과테말라 지사장이 공장을 팔고 도주하는 등 회사는 만신창이가 됐다. 건강을 돌보지 않은 걸 뼈저리게 후회했다. 

2001년 병상에서 일어난 후에도 일상생활은 전과 같지 않았다. 주방에서 음식을 튀기는 냄새만 맡아도 호흡이 가빠질 정도로 절망적이었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꿈을 찾았다. 급성 호흡기 질환을 겪었거나 만성적인 비염·천식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코와 입 전체를 가리는 마스크 대신 콧구멍 안에 넣을 수 있는 필터를 고안했다. 

2008년 노스크 출시 후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의 권위 있는 알레르기학회(AAAA)에서 발표 요청을 받았다. 발표 직후 4000명이 넘는 의사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유명인이 노스크를 착용한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선 박태환 선수가 착용했고, 남성 아이돌 그룹 BTS의 멤버 정국이 착용한 자료화면도 있다.

바른자세 교정밴드를 착용하고 컴퓨터 작업을 하는 모습. /드림에어

바른자세 교정밴드를 착용하고 컴퓨터 작업을 하는 모습. /드림에어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또 한 번 위기를 불러왔다.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서 100만개 단위의 수출 계약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모두 물거품이 됐다. 코와 입을 모두 덮는 마스크가 필요한 시기였다. 팬데믹 3년간 30명 넘는 직원을 내보냈다.  ‘놀면 뭐 하나’ 싶어 평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물건을 하나씩 개발해 보기로 했다.

발명왕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일상 속 온갖 물건에 관심을 뒀다. 노스크 개발 노하우를 살려 코골이를 줄일 수 있는 비강 확장기를 개발했다. 들숨·날숨을 반복하며 폐 운동을 할 수 있는 호흡운동기기, 허리둘레 22인치부터 40인치까지 사용할 수 있는 허리 보호대도 직접 만들었다. 가장 최근에 개발한 제품은 ‘바른자세 교정밴드’다. 가방 메듯이 착용하면 어깨는 열리고 허리와 목은 곧게 세울 수 있다.

정 대표가 등록한 특허는 총 26건에 달한다. 

“제 나이 70이 넘었는데, 새로운 물건을 개발할 때마다 살아있음을 느껴요. 그 희열에 중독돼 ‘발명’에 손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간 개발에 쏟은 돈을 모두 합치면 70억원이 넘을 거예요. 요즘은 베개에 주목하고 있어요. 가족들은 ‘또 시작됐다’는 반응이죠.”

일보다 건강이 1순위여야 한다는 원칙만은 꼭 지킨다. 건강을 뒷전으로 하다 인생이 멈출뻔한 경험을 했으니까…현역에서 뛸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단 생각을 하면서, 조만간  작은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저처럼 발명에 열정을 쏟고 싶은 젊은 친구들이 맘껏 개발하고 연구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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