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오페라 음악감독 발탁
미국 주요악단 첫 여성 상임지휘자
뉴욕 타임스 "그녀가 새 역사 썼다"
한인 지휘자 김은선(39)씨가 미주 한인여성으론 처음으로 미국의 오페라극장 감독으로 취임하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단은 “김은선씨가 음악 감독으로 2021년 8월 1일 취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1923년 설립돼 96년 역사를 가졌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LA 오페라와 함께 미국 3대 오페라단으로 꼽힌다.
북미 대륙에서 여성이 첫 계약 기간은 5년이며 시즌마다 최대 오페라 네 작품을 지휘한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김은선의 선임 소식을 전하면서 “김은선은 미국 메이저 악단에서 음악감독직을 맡는 첫 여성이 될 것”이라며 “그는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계에서 젊은 여성이 오페라단의 예술적 방향을 제시하고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합창단, 음악 제작진을 이끄는 음악감독에 임명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인이 세계 주요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맡는 것은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오페라(현 파리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을 지낸 지휘자 정명훈에 이어 두 번째다. 연세대 작곡과를 졸업한 김은선은 2003년 연세대 대학원으로 진학하면서 지휘로 전향했다.
김씨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 재학 중 2008년 스페인 헤수스 로페스 코보스 국제 지휘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명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키릴 페트렌코의 오페라 지휘에서 보조 지휘자로 일했으며 독일 베를린 국립 오페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등 유럽 주요 오페라 극장과 워싱턴 국립 오페라,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등 미국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지휘자로 활동해왔다. 김대중 정부에서 문화부장관을 지낸 김성재 한신대 석좌교수가 그의 아버지다.
김 씨는 지휘자 니콜라 루이소티의 뒤를 이어 공식 음악 감독으로 취임하기 전인 2020-2021 시즌동안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두 번째 무대로 베토벤 ‘피델리오’를 지휘할 예정이다.
김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1912년생이었던 할머니가 평생 ‘여의사’로 불렸지만 여성도 그냥 ‘의사’로 불리는 시대를 내다보셨던 것을 떠올렸다”며 “다음 세대 (여성)지휘자는 그냥 ‘지휘자’로 불리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