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도 안 되는 카페에서 시작, 8년만에 1조 왕국 된 중국 <매너 커피>

by 벼룩시장 posted Apr 08, 2023

 

스타벅스보다 싸게, 맛은 더 좋게…오피스·쇼핑몰 입점, 젊은이들 공략…창업자는 거부

중국 매너커피 창업자 한위룽이 상하이 징안구 난양루의 2㎡ 크기 첫 매장 안에서 촬영한 모습. /중국 잉상왕

창업자 한위룽과 상하이 징안구 난양루의 2㎡ 크기 첫 매장 안. /중국 잉상왕

매너 커피는 중국에서 또 다른 창업 신화를 써가고 있는 커피 전문점이다. 2015년 상하이의 1평(3.3㎡)도 안 되는 2㎡ 크기 가게에서 시작한 지 7년여 만에 중국 주요 대도시에 600개 이상 매장을 연 커피 체인으로 성장했다. 매너는 2021년 투자를 유치했을 당시 기업 가치 평가액이 45억 달러에 달했다. 매장 수가 지금의 절반이 안 될 때의 얘기다.

현재 중국 커피 시장은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스타벅스를 필두로 팀호튼·피츠·라바짜·코스타·%아라비카 등 웬만한 외국 커피 브랜드가 모두 중국에 진출했다. 여기에 루이싱·매너·싱윈카·눠와·쿠디·M스탠드 등 중국 커피 브랜드, 맥도날드·KFC·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체인 커피 등이 가세해 시장 점유율 다툼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 신생업체들은 커피값을 한국 돈 1000원 아래로 끌어내리면서까지 가격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매너는 싼 가격으로 매장 수 늘리기에만 골몰하는 저가 커피와는 결이 다르다. ‘미국 스타벅스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맛은 더 좋은 중국 커피’가 매너가 공략하는 시장이다. 상하이·베이징 등 대도시 오피스·쇼핑몰 안이나 주변에서 주로 매너커피를 볼 수 있다. 커피를 달고 살며 적당한 가격에 품질 좋은 커피를 원하는 젊은 층이 주고객이다.

매너 창업자인 한위룽·루젠샤 부부는 세계 부호 명단에서 자산 가치 약 1조2700억 원으로 공동 2923위에 올랐다.한위룽은 37세, 루젠샤는 29세였다. 상장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2015년 10월 중국 상하이 징안구 난양루의 2㎡ 공간에 문을 연 매너커피 첫 매장. /매너커피

2015년 중국 상하이 징안구 난양루의 2㎡ 공간에 문을 연 매너커피 첫 매장. /매너커피

한위룽(韓玉龍·38)은 20대 때 커피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과 커피를 좋아해 2012년 고향인 장쑤성 난퉁에서 사진을 주제로 한 카페를 열었다. 장사가 썩 잘되진 않았다. 가게를 접고 커피의 도시 상하이로 갔다. 상하이는 전 세계에서 커피숍이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다. 한위룽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없어 경쟁이 없는 곳보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고 경쟁도 치열한 곳에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상하이로 가 1년간 융캉루의 작은 카페에서 일하며 창업을 준비했다. 2015년 10월 아내 루젠샤(30)와 함께 징안구 좁은 찻길 거리의 낡은 3층짜리 건물 1층에 카페를 열었다. 2㎡ 공간에 출입문 없이 창문만 겨우 있는 가게였다. 당연히 커피를 앉아서 마실 공간은 없고 가게 밖에서 커피를 받아 가져가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했다. 테이블 회전율이 낮은 카페 사업의 특성을 감안한 공간 선택이기도 했다. 가게 이름은 영화 킹스맨에 나온 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에서 따왔다.

한위룽의 전략은 커피 한 잔 값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가격에 맛은 뛰어난 커피를 파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 흔치 않던 이탈리아의 반자동 에스프레소 추출기를 들여놨다. 가장 중요한 3요소로 품질, 장비, 인재를 꼽을 정도로, 장비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고 커피를 내렸다. 스타벅스보다 싼데 맛은 스타벅스보다도 낫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가게 밖에 긴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금세 하루 수백 잔씩 커피를 팔았다.

매너가 인기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대체로 컵 크기나 우유 첨가 여부에 관계 없이 가격이 같다는 점이다. 서구 커피 체인 중 중국 내 매장 수가 가장 많은 스타벅스(6090개) 가격과 비교하면, 매너의 커피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매너의 커피 맛은 꽤 좋다. “이 가격에 이런 맛을?”이란 반응이 나온다. 한위룽은 소비자가 단순히 싸다고 사마시는 커피가 아니라, 맛있어서 사마시는 커피가 되길 원했다.

많은 경쟁사가 전자동 커피 머신을 사용하는 것에 반해, 매너는 반자동 커피 추출기를 쓴다. 매너 매장에서 커피를 만드는 직원은 단순히 기계만 작동하는 인력이 아니라, 교육을 받은 바리스타다. 한위룽은 바리스타 교육 기관인 ‘매너 랩’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바리스타를 양성하고 있다. 중국에선 흔치 않은 방식이다. 

매너는 커피콩 산지로 유명한 중국 남서부 윈난 지역 원두를 주로 쓰고, 에티오피아·과테말라·인도네시아산 원두도 쓴다. 

매너는 매장 수가 아직 10개가 채 안 되던 2018년 중국 사모펀드로부터 약 151억원을 투자 받았다. 시리즈 A(창업 시드머니 이후 첫 투자금 유치) 펀딩에서 중국 인터넷업계 영향력이 큰 유력 투자사를 투자자로 끌어들인 것이다. 매너는 2019년 상하이를 벗어나 쑤저우·베이징·청두·선전에 차례로 매장을 열며 2019년 말 매장 수는 100개를 돌파했다.

매너는 여러모로 중국 최대 커피 체인 루이싱의 덕을 봤다고 할 수 있다. 루이싱은 2018년 1월 1호점을 낸 후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며 스타벅스를 위협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루이싱이 중국에서 커피 마시는 인구를 늘려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급성장하는 중국 커피 시장으로 돈과 관심이 몰리던 2020년 초, 루이싱은 분식회계가 발각되며 위험 기업으로 낙인 찍혔다.

될성부른 중국 커피 브랜드를 찾던 자본은 그다음 스타벅스 도전자로 매너에 베팅했다. 2020년 12월 중국 사모펀드 H 캐피털과 뉴욕 투자사가 매너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2021년 말 매너 매장은 300개를 돌파했다. 모두 직영점이다. 매너의 브랜드 파워가 커지면서 상하이 일부 상권에선 스타벅스보다 매너가 먼저 입점하는 경우도 생겼다.

매너는 2022년 빠르게 성장하며 매장 크기와 형태도 다양해졌다. 10㎡ 안팎 초소형 점포부터 20-50㎡ 크기의 주력 점포, 80-100㎡ 크기의 베이커리 매장, 150㎡ 규모의 식사 매장까지 여러 형태로 진화했다. 2023년 2월 말 기준, 매너 매장 수는 600개 이상이다. 

매너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패션·뷰티·아트 브랜드가 팝업 이벤트를 할 때 선호하는 커피 브랜드다.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은 커피 마케팅 파트너로 매너를 선호한다. 

 

프랑스 로레알 산하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헬레나 루빈스타인도 2022년 6~7월 ‘젊음으로 회귀하다’ 콘셉트로 매너와 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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