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도 못 하던 청년, 2천불 들고 콜롬비아서 성공한 비결

by 벼룩시장 posted Dec 09, 2022

 

 한국인 최초로 콜롬비아 생두 수출 자격 취득…오종인 라티나 대표 

오종인 라티나 대표

11년 전이었던 2011년 11월. 무작정 콜롬비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듬해 2월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 신분이었기에 수중에 돈도 거의 없었다. 콜롬비아 공식 언어인 스페인어도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 콜롬비아에서 사는 게 별로라고 판단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20대 청년 시절 패기 하나로 시작된 콜롬비아 생활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국과 콜롬비아를 오가며 커피 생두 무역업을 하고 있는 오종인 라티나 및 라티나 콜롬비아 대표(38) 이야기다.

오 대표는 한국과 콜롬비아의 커피 무역업을 개척했다. 그는 콜롬비아에서 재배되는 생두를 한국 등 다른 국가로 수출할 수 있는 자격을 2017년 한국인 최초로 취득했다. 라티나는 커피 생두를 수입·유통하며, 커피를 운반할 때 커피 마대 안에 장착되는 비닐 포장재 판매업도 하고 있다. 라티나 콜롬비아는 한국에 콜롬비아 생두를 수출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회사다.

“대학교 친구 중에 아버지가 콜롬비아에서 의류사업을 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대학 졸업하면 아버지 사업 일을 배우기 위해 콜롬비아로 갈 계획이라고 말하더라고요. 귀가 솔깃했어요. 저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했지만, 건축·부동산 분야로 진로를 정할 생각도, 기업에 취업할 의향도 없었어요. 대학 졸업 작품을 미리 제출하고 2000달러 들고 콜롬비아로 향했어요. 어떤 준비도 안 된 상태였지만 가서 부딪히겠다는 각오였지요.”

오 대표는 처음에는 친구 아버지 가게에서 관리자로 일했다. 스페인어를 못하니까 자리만 지켰다. 의류사업을 익혀가면서 틈틈이 스페인어를 독학으로 배웠다. 2년 후 친구의 부모님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오 대표는 그 가게를 인수했다. 첫 사업이었다. 중국에서 여성 의류를 수입해서 콜롬비아의 동대문 같은 곳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일이었다.

“의류사업은 친구 아버지 덕분에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라서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아도 잘됐습니다. 밥상이 차려져 있었기에 저는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었어요. 첫 사업을 한지 2~3년 후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규모의 돈을 만져볼 만큼 장사는 잘됐어요.”

의류 사업은 순항했지만 오 대표는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콜롬비아 생산품을 한국에 수출하는 무역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콜롬비아는 세계적인 커피 생산지이기 때문에 커피를 한국에 수출하면 좋겠더라고요. 2017년 의류 사업을 접고 커피 무역업에 본격 뛰어든 이유죠.”

사업 아이템은 정했지만 커피 생두를 구하는 게 문제였다. 오 대표는 커피 생두를 구하기 위해 직접 자동차를 몰고 콜롬비아 곳곳을 누비며 커피 농장을 찾아 다녔다. 생두를 대량 매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주일에 1000km씩 운전하면서 농장을 찾아다니던 어느 날 드디어 적절한 농장을 찾았다. 농장에서 구입한 생두를 판매할 첫 고객도 구했다. 모든 게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첫 수출에 실패했다.

“첫 고객이 저희한테 생두 300kg을 구입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판매하지 못했어요. 저희가 작은 기업이라는 이유로 농장이 생두 값을 먼저 지급하라고 요구해서 생두 비용도 먼저 지불했어요. 그런데 농장이 생두를 수출할 수 있는 라이선스가 없었습니다. 누구든 콜롬비아 생두를 수출하려면 콜롬비아 커피협회가 발급하는 수출 자격증이 있어야 해요. 결국 수출은 무산됐어요. 농장에 선지급금을 돌려달라고 했는데, 농장측이 안 돌려주다가 6개월에 걸쳐 80%를 간신히 돌려받았습니다.”

야심차게 커피 무역업에 뛰어들었지만 시련은 또 닥쳤다. 이번에는 생두 운송 과정에서 내피 포장재에 문제가 생겼다.

“콜롬비아에서 한국까지 생두를 선박으로 운송하면 약 30일 걸립니다. 생두가 적도를 지나는 과정에서 생두를 실은 컨테이너 내부 온도가 50도 이상 올라갑니다. 생두를 담은 마대 내부의 습도 유지, 결로 방지, 외부 공기 차단 등을 위해 마두 안에 비닐로 된 내피 포장재를 넣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이 내비 포장재가 다 뜯기고 구멍이 난 적이 있어요. 고객에게 신뢰를 잃을 뻔 했죠. 생두를 온전한 상태로 한국까지 잘 운송하기 위해 내피 포장재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기로 하고 포장재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오 대표는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라티나를 유망 기업으로 키웠다. 라티나 콜롬비아의 지난해 매출은 약 120만달러이며, 올해 예상 목표 매출은 170만달러다. 내년은 2배 성장을 목표하고 있다.

 

“커피 생두 무역업으로 시작해 커피 포장재까지 사업을 확장했어요. 콜롬비아에서 재배되는 과일, 화훼 등으로 수출 품목을 확대할 거예요. 궁극적으로 라티나를 종합 무역 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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