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인 아들 장호현(21)씨를 면회하러 간 간호사 고 현은경(50)씨와 가족들. /유가족 제공
경기도 이천시의 4층짜리 건물에서 불이 나 이 건물 4층에 입주해 있던 신장 투석 전문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 4명과 간호사 1명이 숨졌다. 또 병원 환자 등 44명이 연기에 질식하는 등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한 환자 4명은 혼자서 거동이 원활하지 않은 고령자였다. 숨진 간호사인 현은경(50)씨는 달랐다. 현씨는 나이도 젊고 움직이는 데 불편이 없었다. 현씨는 투석 중인 환자들의 몸에서 투석기를 떼내는 등 마지막까지 홀로 움직이기 힘든 환자들을 돌보느라 제때 병원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씨는 지난 20년간 간호사로 묵묵히 일하며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키워 왔다. 평소 본인이 힘든 순간에도 내색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에 적극적이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그는 사고를 당한 이 병원에서만 15년을 일했다.
아들 장씨는 “어머니는 간호사 일을 하면서도 한 번도 불만을 말한 적도 없고,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얘기를 들어주는 천사 같은 어머니였다”고 전했다. 딸 장지현(25)씨는 20년을 간호사로 살며 다른 사람을 도왔던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아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사소한 일 때문에 투정 부려도 항상 받아주던 최고의 어머니였다”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