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원 침대, 2만원 책장...종이가구로 연 11억원 만든 30대 사장

by 벼룩시장 posted Aug 12, 2022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가구도 배달하는 시대, 스타트업 페이퍼팝

억만장자가 아닌 이상에야 물건을 살 때마다 누구나 고민을 한다. 살까? 말까? 물건의 가격이 높을수록, 평균 사용 기간이 긴 품목일수록 고민의 시간도 길어진다. 대표적인 품목이 가구다. 한 번 사면 최소 몇 년씩 쓰고 튼튼하고 좋은 제품은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페이퍼팝의 대표 제품 옆에 선 박대희 대표. /더비비드

 

8만원대 침대 프레임을 온라인에서 살 수 있다면 어떨까. 단 재료는 종이다. 페이퍼팝 박대희 대표(36)는 이사가 잦은 1인 가구, 자취생을 타깃으로 쉽게 조립해 쓰고 종이로 재활용해 버릴 수 있는 종이가구를 만든다. 엄연히 가구인데, 오프라인 매장없이 쿠팡 마켓플레이스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2021년 한 해에 11억원의 매출을 냈다.

박 대표는 2009년부터 4년간 식품 포장재 회사에 몸담았다. 양질의 종이들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것에 아쉬움을 느껴 2013년 종이가구를 직접 만들었다. 처음 만든 제품은 종이 책장이었다. 2018년 스타트업 ‘페이퍼팝’을 창업해 정식으로 종이 가구 제작에 돌입했다.

낯선 개념인 ‘종이 가구’를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 발로 뛰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종이 가구에 익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코엑스 DIY 전시회, 기프트쇼, 디자인 관련 박람회에 참가했고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죠. 하지만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신기하다’는 반응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했죠.”

일반적인 개념의 ‘가구’와는 다른 판매 방식을 찾기로 했다. 

“전략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고객들이 가구를 구매할 때, 직접 보고 심사숙고해 결정하곤 했어요. 페이퍼팝 종이가구는 쓰임새는 비슷하지만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것이 장점입니다. 가격대는 기존 가구의 1/10도 되지 않죠.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종이 가구를 더이상 ‘가구’로 보지 않기로 했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위주로 판매 전략을 새로 짜기로 했다.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하기로 한 것이다. 

“가구판매점은 당연히 오프라인 매장이 있어야 하고, 고객들은 가구를 직접 보고 만져본 후에야 구매를 결정하죠. 페이퍼팝 종이가구는 쓰임새는 비슷하지만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것이 장점입니다. 가격대는 기존 가구의 1/10도 되지 않죠. 완전히 새로운 제품군으로 보고 전략을 다시 짰어요.”

온라인 쇼핑몰 50여 곳에 입점했다. 의외의 결과를 발견했다. 

“처음엔 인테리어 소품, 문구류를 주로 다루는 플랫폼을 타겟으로 생각했는데요. 오히려 생활용품 전체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플랫폼에서 더 구매율이 높더군요. 이를테면 쿠팡처럼 온갖 물건을 다 파는 곳에서 말이죠.”

종이의 장점을 최대한 드러냈다. “기존 가구를 구입할 때는 숨은 비용이 추가됩니다. 가구 종류에 따라 적게는 1만원, 많게는 4만~5만원의 배송료가 붙는 거죠. 페이퍼팝은 모든 제품을 일반 택배 배송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췄어요.”

무게가 가벼워서 가능한 일이다. 종이로 만든 7만원 침대 프레임은 9㎏이고, 2만원 짜리 4단 책장은 4㎏밖에 안된다.

베스트셀러는 부피가 작은 책장과 종이 의자다. “페스티벌이나 콘서트 같은 야외 행사를 앞두고 쉽게 쓰고 버리려는 용도로 종이 의자를 많이 찾더군요. 비교적 큰 침대 프레임이나 수납장도 꾸준히 주문이 들어옵니다. 종이로 만들어진 가구라 걱정이 많았는데 사용해보니 튼튼하고 실용적이라는 후기가 기억에 남네요.”

페스티벌이나 콘서트 같은 야외 행사를 앞두고 쉽게 쓰고 버리려는 용도로 종이 의자를 많이 찾는다. /박대희 대표 제공

종이 가구가 ‘유행’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종이 가구는 제가 처음 만든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한지공예로 수납장을 만들었고 1970년대에는 유럽에서도 종이 가구를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2010년대에 등장했을 뿐이죠. 친환경 바람을 타고 한때 유행처럼 잠깐 반짝이기보다는 잔잔하게 사람들의 생활에 스며들었으면 해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인테리어 시장은 전에 없던 호황을 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새로운 가구를 장만하거나 인테리어 소품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며 산업 전반의 질서가 재편되는 분위기다. 인테리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인테리어 시장은 크게 양분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플렉스(Flex·과시)의 끝은 가구 구입이라는 말이 있죠. 고가 가구에 대한 관심이 늘 것으로 봅니다. 좋은 가구는 대를 이어 물려주기도 하니까요. 반면 저렴한 가구는 더 저렴해질 겁니다. 거리두기로 실내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전보다 더 다양하게 집안을 꾸미고 싶어 할 거예요.”

접어서 휴대할 수 있는 접이식 의자 '메가토트'. 성인 남성이 기대어 앉아도 구겨지지 않는다. /페이퍼팝
접어서 휴대할 수 있는 접이식 의자 '메가토트'.  /페이퍼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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