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보다 어려운 노인들 위해 써달라…구강암 수술 후에도 지팡이 제작 계속
서 할아버지가 직접 깎고 다듬어 만든 지팡이. /아들 서동식씨 제공
구순을 훌쩍 넘긴 어르신이 손수 만든 지팡이 수백개를 자신보다 어려운 노인들을 돕는데 써달라며 기증했다. 소중한 기부는 벌써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충북 보은군 산외면에 사는 서재원(93) 할아버지는 최근 인근 괴산군을 찾아 직접 나무를 자르고 깎아 만든 ‘장수 지팡이’ 500개를 전달했다. 지난 1월부터 7개월간 밤낮으로 만든 것이다.
서 씨는 지난 2015년부터 지팡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전국 짚공예대전에서 입상할 정도로 솜씨를 뽐냈던 서씨는 갑자기 손목이 좋지 않아지면서 더는 짚공예를 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그렇지만 심심하기도 하고 손을 놀릴 수 없어 조금씩 나무를 깎기 시작했고, 지팡이를 하나 둘씩 만들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목수 일을 했던 서씨는 장롱 등 가구를 직접 만들어 판매할 정도로 나무를 다루는 솜씨가 좋았다고 한다. 덕분에 금세 지팡이 만드는 기술도 숙달했고, 점차 만드는 속도도 빨라졌다고 한다. 또 “이왕이면 나보다 거동이 불편하고 어려운 노인들에게 지팡이를 나눠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서씨는 첫해인 2015년에는 보은군 노인대학과 보은농협, 마을 주민 등에게 지팡이 205자루를 선물했다. 그는 아무 나무나 재료로 지팡이를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들기 가볍고 짚어도 부서지지 않도록 튼튼한 은행나무와 괴목나무 등을 손수 골라 만든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7년. 지금까지 서씨가 만들어 기증한 지팡이 수만 72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서씨는 완치됐던 구강암이 재발해 턱뼈 일부를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았던 지난해에도 1000개를 만들어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에 기증하기도 했다.
아들 서동헌씨는 “아버지가 최근에도 수술을 받으셔서 몸도 좋지 않으신데 꾸준히 지팡이를 만드신다”며 “아버지는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쏟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으로 여전히 대패질을 하고 계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씨는 올해도 손목터널증후군이 심해져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무거운 전기톱과 그라인더, 대패 등 30여 가지가 넘는 공구를 직접 다루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재단부터 대패질, 마무리까지 손수 지팡이를 만들고 있다.
서씨는 “작년에 암 수술을 하고 귀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힘들지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지팡이를 만들고 있다”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제작해 나누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