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전 충북 괴산 주차장서 발견 후 미국 입양…DNA 정보공유 통해 친부 인정 승소
미국 입양 34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30대 여성이 힘겹게 찾은 친부가 만남을 거부하자 친생자 관계임을 인지해달라며
소송을 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해외 입양인이 국내의 친부모를 상대로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을 내 승소 판결을
받은 첫 사례다.
서울가정법원은 미국의 강미숙(38·카라 보스)씨가 친부 A씨를 상대로 낸 친생자 관계 인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
했다. 지난 1983년 11월 강씨는 충북 괴산의 한 주차장에서 2살의 어린 나이로 발견됐다. 다음해 9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 미시간주의 한 백인 가정에 입양됐다.
강씨는 친부모에 대한 원망을 안고 자랐다고 한다. 네덜란드 남성과 결혼한 후 강씨는 2살이 된 자신의 딸을 보고 친모를
찾겠다는 결심을 했다. 친부모도 어쩔 수 없이 자식을 버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해됐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미국 입양 3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친부모를 찾아 나섰다. 충북 괴산을 방문해 전단지를 뿌리고 수소문했
지만 강씨는 친부모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한국계 입양인들이 모여 DNA를 통해 친부모를 찾는 비영리단체 ‘325캄라
(KAMRA)’라는 곳을 알게 됐고, 이 곳에 자신의 DNA 정보를 공유하게 됐다. 이 곳에서 한 남성 유학생이 자신과 사촌관계
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강씨는 런던으로 가 이 유학생과 만났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으로 보여준 주변
가족들과 자신이 무척 닮았다는 걸 알게 됐다.
여러 사람의 협조를 얻어낸 끝에 강씨는 자신이 A씨의 혼외 자식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단서로 유전자
검사를 했고 딸과 친부 사이일 확률이 99.9%에 해당한다는 한 남성을 찾았다. 그 남성은 이 사건 피고 A씨다. 강씨는 A씨의
서울 주소를 알게 돼 찾아갔지만 만나 주지 않았다. 결국 강씨는 지난해 11월18일 친생자 관계 인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인지’란 혼인 외 출생자를 자신의 아이라고 인정하는 절차다.
강씨 측 변호를 맡은 양정은 변호사는 “상속 문제가 얽힐까 주변 가족들이 우려하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리
는 단지 아버지 측으로부터 친모 정보를 받아 어머니를 만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모가 ‘카라 보스’라는 영문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강미숙’이라는 이름을 반드시 포함해 보도해 달라”고도 언론에 요청했다.
이날 염 부장판사는 “강씨는 A씨의 친생자 임을 확인한다”고 판단했다. 판결을 듣고 강씨는 눈물을 흘렸다. 강씨는 판결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A씨의 딸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다행스럽게도 다음주 A씨를 만나고, 어머니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고 했다. 판결이 확정된 이후 강씨가 인지 신고를 하면 오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피인지자’로 기록될 예정이다. 가족들과 조율
끝에 강씨는 다음 주 아버지와 처음 만날 수 있게 됐다.
승소한 강미숙(카라 보스)씨 /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