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면세점회사 DFS 척 피니 회장의 일생…수십년간 비밀리에 전 재산 기부
찰스 프란시스 피니(척 피니). /X(@powerian)
한창 나이때부터 재산을 사회 곳곳에 나눠주고, 만년엔 빈털털이 노인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난 재벌은 몇명이 안된다. 92세의 나이로 영면에 든 세계 최대 면세점 업체 DFS 창립자 척 피니가 ‘미국 부호들의 영웅’이라 불리며 추앙받는 이유다.
“살면서 모든 것을 기부하고 가겠다”고 선언한 피니는 약속을 지키고 최근 샌프란시스코의 침실 2개짜리 아파트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다.
뛰어난 사업 수완과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던 경제적 배경이 맞물려 면세점 사업으로 50세에 막대한 부를 이룬 피니는 1984년 자신의 인생을 바꿀 큰 결심을 한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DFS의 지분 38.75%를 자신의 재단으로 비밀리에 양도했다. 재단의 설립 목적은 전 세계의 교육, 인권, 과학, 의료 증진을 위해 80억 달러를 기부하는 것이었다.
13년 동안 피니는 기부 활동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그의 기부 사실은 1997년에야 그가 LVMH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내가 기부한 것이 밝혀지면 지원을 끊겠다.”
피니는 그때부터 자신의 삶을 재정비했다. 리무진을 팔고 지하철과 택시를 이용했다. 그는 책과 서류를 비닐봉지에 담아 이코노미 클래스에 탑승했다. 뉴욕에 있을 때 값비싼 레스토랑에 가는 대신 햄버거를 즐겨 먹었다. 그가 손목에 착용한 시계는 단돈 10달러짜리였다. 그는 생전 “돈은 매력적이지만 그 누구도 신발 두 켤레를 신을 수는 없다”는 말을 마음에 새겼다.
그는 평생 막대한 재산 중 200만 달러만 남기고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5개 대륙에 80억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모두 익명 기부였다. 2016년 피니는 모교인 코넬대에 700만 달러를 기부하며 공식적으로 재단의 계좌를 모두 비웠고, 2020년 재단은 문을 닫았다.
피니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2010년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평생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도록 하는 캠페인인 ‘기빙 플레지(기부서약)’을 시작하도록 영감을 주었다
피니는 자신의 전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마음속에는 결코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부를 사람들을 돕는 데 써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분도 한 번 해보면 마음에 들 것이다. 게다가 죽어서 기부하는 것보다 살아 있을 때 기부하는 것이 훨씬 더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