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영화 <비욘드 유토피아> 지난 주 미전역에서 일제히 상영돼
지난 23년간 북한 주민 1,000여명을 탈북시킨 한국인 목사를 외신이 ‘북한판 오스카 쉰들러’라며 집중 조명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대북 인권 단체인 갈렙선교회 김성은(58) 목사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새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김 목사가 북한이탈주민을 돕는 데 삶을 바치게 된 계기는 1990년대 중반 중국으로 선교활동을 하러 갔다가 압록강에 떠다니는 북한 주민들의 시신을 본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는 북한이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대기근을 겪던 시기다.
김 목사는 인터뷰에서 “중국 측이 막대기로 시신을 북한 쪽으로 밀어내자 북한 쪽은 다시 시신들을 밀어냈다”면서 아무도 그들을 묻어주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북한 주민들과 직접 만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는 김 목사는 ”당시 압록강은 죽음의 강이었다. 대여섯살짜리 아이들이 그런 강을 살기 위해 건넜던 것“이라면서 ”나는 이들을 돕는 데 평생을 바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북한을 떠나 중국으로 나온 박 에스더씨를 구해 한국으로 데려온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012명에 이르는 북한 주민의 탈북과 한국 입국을 주선했다. 박씨는 이후 김 목사와 결혼했고, 탈북자 교인들이 주로 찾는 한 교회에서 목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진행한 실제 탈북 과정이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Beyond Utopia)’로 제작돼 올해 초 공개되자 세계는 경악했다. 1월 미국 최고의 독립영화제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고, 지난 1일. 오는 23~24일 미국 전역 600여 극장에서 상영된다. 자유의 열망이 더 멀리 알려질 것이다. 영상 속에서 한 탈북자가 증언한다.
“북한 정권은 우리가 낙원에 살고 있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거대한 감옥에 갇혀 있었다.” 도망치려면 죽기를 각오해야 한다.”
북송은 사실상의 죽음을 의미한다. 중국에서 잡히면 인신매매로 팔려갈 수 있다. 김 목사는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 목사를 제거하려 시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 목사는 ”북한은 나를 암살하기 위해 사람을 두 번이나 보냈다“면서 신변의 위협 때문에 중국에도 더는 갈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는 올해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북한에서 탈출한 일가족을 데리고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등을 횡단하는 여정을 담은 미국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2023)가 관객상을 받으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게 됐다. 이 영화는 또 ‘우드스톡영화제’에서는 베스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크리틱스 초이스 다큐멘터리 어워즈’ 4개 부문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북한이탈주민 우영복 씨 가족은 2019년 북한 당국이 북한에 남아 있는 탈북자 가족을 처벌할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5살과 10살 딸을 데리고 무작정 압록강을 건넜다. 다행히 이들은 중국 공안에 붙들려 북송되기 전 김 목사와 연락이 닿았고, 김 목사는 동남아시아의 정글을 도보로 가로지른 끝에 이들을 안전히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지난 주말 미 전역 수백개 극장에서 상영됐다.
1시간 55분 길이의 이 영상은 북한에서 아들을 빼내려는 이소연씨, 그리고 부모, 조모, 두 딸과 함께 탈북하는 노씨 가족의 두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
김목사는 지난달부터 뉴욕·LA·콜로라도·샌프란시스코·워싱턴DC·보스턴 등 수십 지역을 40일간 돌았다. 관객들이 많이 환호해주었다.
그는 “자신이 1천여명을 탈북시켰다는 얘기는 과장된 숫자”라고 했다.
“1000여 명에게 도움을 주긴 했어요. 데려온 건 300명이 약간 안 돼요. 그 많은 돈을 어디서 구하겠어요.”
목사는 마지막으로 “ 팬데믹 기간 중국에 구금돼있던 2000명 가까운 탈북민이 북송 위기에 놓여 있다.”며, “우리의 능력과 헌신을 모으면 지금 이 순간에도 북송의 두려움에 떨며 물건처럼 팔려 다니는 탈북민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