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백건우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혀…딸 얼굴도 못알아봐
1960~7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이름을 날렸던 윤정희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한국의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또 백건우 씨의 한국 공연기획사 빈체로도 “윤정희 씨가 10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윤 씨의 투병 사실은 영화계와 클래식 음악계의 지인들만 알고 있었다.
백씨는 "윤정희에게 10년 전 시작된 알츠하이머 증상이 심각해졌다"고 했다. 윤정희는 딸 진희씨의 간호를 받으며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요양 중이라고 한다.
윤 씨는 올해 5월부터 병세가 심각해져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 씨가 프랑스 파리에서 돌보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이 시작될 무렵 윤 씨는 이창동 감독의 ‘시’(2010년)에서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미자’ 역을 맡았다. ‘미자’는 윤 씨의 본명이기도 하다. 15년 만에 영화계에 복귀한 그는 이 영화로 칸 영화제에 초청됐으며 로스앤젤레스 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백씨는 인터뷰에서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증상이 10년쯤 전에 시작됐다"며 "안쓰럽고 안된 그 사람을 위해 가장 편한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했다.
백씨의 말에 따르면 윤씨의 증상은 심상치 않다.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는 도중에 '왜 가고 있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30분 후 음악회가 시작한다'고 하면 '알았다'고 답하고, 또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백씨는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100번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식"이었다고 했다.
그는 "결혼 후 단 둘이서만 살고 모든 것을 해결해왔다.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간호를) 할 수 있는 데까지 했지만, 본인이 너무 힘들어했다"며 "연주 여행을 같이 다니면 환경이 계속 바뀌니까 겉잡지를 못했다"고 했다.
윤정희의 투병을 받아들이는 게 만만치 않았다는 백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접시에 약을 골라서 놓고, 먹을 걸 다 사와서 먹였다"고 했다. 윤정희가 요리하는 법을 잊어버려서였다.
심지어 밥 먹고 치우고 나면 다시 밥먹자는 식이었다고 한다. 백씨는 "아내 윤정희는 딸을 봐도 자신의 막내동생과 분간을 못했다"며 "처음에는 나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 인근에 윤씨가 머물게 된 경위도 밝혔다. 백씨는 "올해 초 한국에 들어와 머물 곳을 찾아봤다"며 "한국에서 너무 알려진 사람이라 머물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 딸인 진희씨가 나섰다고 한다.
진희씨는 "엄마(윤정희)는 본인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지만 병이라고는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나를 못 알아볼 때가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딸 진희씨는 바이올리니스트다. 윤정희가 자신을 못 알아보고 '나를 왜 엄마라 부르냐'고 하면, 턱 밑에 있는 바이올린 자국을 보여주며 "엄마 딸 바이올린 했잖아"라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