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목사, 자신은 성소수자…38세 한인, 3천표 차로 석패

by 벼룩시장 posted Dec 10, 2022

 

美연방하원의원 도전 데이비드 김…유력 라틴계 현역의원에 두번 아깝게 낙선
美 이민 온 뒤 태어나 로스쿨 졸업 후 이민 변호사 활동…빈민가 본 뒤 정치 투신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정치 신인에 소수인종, 동성연애자로서의 장벽까지…. 주민 70만명 중 65%가 히스패닉인 지역에서 히스패닉 출신 3선 의원에게 도전한 한국계 데이비드 김은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승부를 펼치면서 미정계의 주목을 받았다. 두번째 선거였던 그는 아쉽게 1%차로 석패했지만, 그의 미래는 누구보다 밝다. 그 또한 실망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LA에서 아동복지 전문 국선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잡을 뛰며 주 6, 7일 일을 했다. 그가 출마한 캘리포니아 34지구는 연방하원 지역구 435개 중 가장 가난한 20곳 중 하나다.

김 후보는 2년전에 이곳에서 첫 출마했다. 당시 고메즈는 선거운동 내내 데이비드의 이름을 언급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그를 경쟁 상대로 보지 않았다. LA한인타운이 34지구에 있긴 했지만 데이비드는 한인타운에도 알려지지 않은 정치 신인이었다. 현지 한국계 언론마저 고메즈를 공식 지지했다.
그러나 그는 자원봉사자 수가 200여 명에 달했다.

그리고 선거 결과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데이비드는 47%의 지지를 얻어 고메즈에게 6% 차로 패했다. 

김 후보는 40년 전 미국으로 이민왔는데, 아버지가 목회자였다. 아버지는 개척교회를 하면서 이민자로서 많은 고생을 했다.

김 후보는 데이비드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를 거쳐 뉴욕 예시바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변호사가 돼 미국의 주류로 들어가라는 아버지의 뜻을 따랐다. 그러나 졸업 후 금융위기로 인해 법률회사 취직이 어려웠다. 그는 낮에는 경력을 쌓기 위해 공짜 변호사로 일하고 밤에는 우버 기사, 엑스트라 배우, 학원 강사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학자금 빚은 20만 달러에 달했는데, 다행히 소니픽처스 사내변호사로 취업이 됐다.

소니픽처스는 LA 교외의 부유한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김후보는 빈민가에 있는 집에서 출퇴근하며 완전히 다른 두 세상을 매일 오갔다. 

그는 결국 소니사에서 퇴사한 후 아동복지와 이민 사건을 맡는 국선변호인으로 일했다. 

김후보가 올해 2년 만에 다시 도전장을 냈을 때 현역의원은 고메즈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제약회사와 군수업체 등에서 받은 수백만 달러의 후원금으로 정책 홍보집과 각종 전단을 만들어 등록 유권자 32만 명에게 여러 번 발송했다.
고메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거물들의 공개 지지도 받았다. 민주당의 한국계 하원의원인 앤디 김(뉴저지)과 매릴린 스트리클런드(워싱턴)마저 고메즈를 지지했다.
2년 전 59%였던 히스패닉 인구 비율은 이번 선거 직전 선거구가 조정되면서 65%로 늘어나 고메즈에게 더 유리해졌다. 아시안은 한국계(12%)를 포함해 20% 정도였고, 백인이 10%, 흑인이 5%였다.

김후보의 선거 캠프에는 봉사자들이 일일이 손으로 접은 편지 8만여 통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공약과 포부를 담은 이 편지들은 각각 영어와 한국어, 스페인어, 중국어, 태국어 등 여러 언어로 쓰여 있었다.

선거 캠페인은 용감했지만, 김 후보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자신의 성정체성이 알려지는 것이었다.  2018년 부모에게 동성애자임을 털어놓았을 때 뼈아픈 거절의 상처를 받았다. 목사였던 아버지는 “너와 너의 보이프렌드를 그냥 동물로 본다.”고 모욕했고,”이렇게 살면 너는 72시간 안에 죽을 것”이란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반면 어머니와 두살 많은 그의 형(의사)은 김 후보를 있는 그대로 이해했다.)
첫 출마 당시 교회 중심의 한인 커뮤니티에서 그는 거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동성애에 특히 보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번째 도전에서는 여러 한인 대표들과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 다행히 상당수 한인들이 그를 받아들였다. 2020년엔 선거자금 18만 달러 중 한인 후원금이 500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 선거에선 22만 달러 중 5만 달러가 한인 후원금이었다.

 

A picture containing person, clothing, wall, necktie

Description automatically generated

어릴 적 데이비드 김(오른쪽)과 두 살 터울의 형. 아버지의 기대대로 두 형제는 각각 의사와 변호사가 됐다. 

그리고 지난 7월, 아버지는 김후보에게 연락을 해왔고, 두 부자는 한인타운의 한 식당에서 서로 끌어안고 울었다. 그날 아버지는 “네가 그렇게 태어난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너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있다면 내가 대신 받겠다”고 했다. 데이비드가 한인타운의 대형 교회에서 연설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준 것도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기까진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김 후보는 이번 두번째 도전에서 표차가 나지 않은 대등한 선거를 펼쳤고, 우편투표까지 포함해 개표가 한달이상이나 걸렸다. 그리고 최종 개표 결과는 3천표였다. 

김 후보는 “한인사회가 자신을 100% 지지했다면 당선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다음 선거때는 더욱 적극적인 투표도 당부했다.
그는 "지역 유권자 30만 명 중 한인은 10%가량(3만명) 되는데, 한인 투표율은 60%(2만4천명) 정도였다. 내가 3천 표 차이로 졌는데, 한인이 100% 투표했다면 이겼을 수도 있었다"고 말을 맺었다.

아니, 100%가 아니라 한인 유권자가 80%이상이 투표했어도 그는 당선될 수 있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66 한인, 시애틀 항만청 첫 위원장 선출 샘 조, 항만청 역사상 아시안계로는 최초 선출 한인 샘 조(사진) 시애틀 항만청 커미셔너가 항만청 위원장에 선출됐다. 항만청은 “소수계나 아시안으로는 ... 벼룩시장 2023.01.14 1032
565 한인교수, FDA 승인 치매 치료제 개발 주도 지성진 교수, 28년간 <레카네맙>신약 등 알츠하이머 연구 연방 식품의약국(FDA)의 신속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한인 지성진(미국명 스탠포드 지) USC ... 벼룩시장 2023.01.14 1171
564 바이든, 연방조달청 행정관에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 임명 바이든 대통령이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을 ‘연방 조달청’(GSA, 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 북서부 지역(Regional 9, 10) 총괄 행정관으로 임... 벼룩시장 2023.01.14 1055
563 연방검사장 출신 한인, 현직 美대통령을 조사한다 로버트 허 특별검사, 바이든 수사…연방법무부 수석차관보 역임 미국의 살아있는 최고 권력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관련한 기밀 문건 유출 사건을 전직 한... 벼룩시장 2023.01.14 1044
562 남편이 유산으로 남긴 노트 속 아이디어…아내가 실현한 결과 남편이 미처 완성하지 못한 뽁뽁이 대체 <한기 차단 시트>…아내가 마침내 완성 남편의 장례를 치렀다. 남편이 운영하던 회사 공장 지하, 연구실 책장에 ... 벼룩시장 2023.01.14 1045
561 공장 청소하며 배운 기술로 네일 혁명… 5년새 매출 172배 셀프 젤 네일 스티커 <오호라> 만드는 유기현 대표…매출 864억원 달성 '오호라'의 셀프 젤 네일 제품을 손에 붙인 모델의 모습. /오호라 “... 벼룩시장 2023.01.14 1245
560 NFL 구영회, 결승 필드골로 팀 역전승 기여 NFL(미 프로풋볼) 애틀랜타 팰컨스의 한국계 키커 구영회(29)가 정교한 결승골로 팀 승리에 앞장섰다. 구영회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애리조나 카디널스... 벼룩시장 2023.01.07 1395
559 백악관 비서실장실 아태계 고문에 한나 김 보건복지부 차관보, 찰스 랭글 의원 수석보좌관 출신 백악관 비서실장실 아시아태평양계 정책 고문에 한인 1.5세 한나 김(한국명 김예진·사진) 전 보건복... 벼룩시장 2023.01.07 1307
558 상어에 심하게 물린 상처 극복하고 수영대회 우승한 美소녀 해수욕장에서 상어 습격 받아 오른손 심하게 다쳤지만…재기에 성공 사진: KHQ 상어에 물려 큰 부상을 입은 미국의 10대 소녀가 힘든 재활을 견딘 끝에 수... 벼룩시장 2023.01.07 1194
557 “맛과 분위기만 좋으면…카페는 관광지처럼 북적입니다” 김경하 <도레도레> 대표, 21세에 사업 시작해….6개 브랜드 성공시켜 “과거에는 베이커리 사업이 ‘빵’만 파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일종... 벼룩시장 2023.01.07 1355
556 캘리포니아 카운티 우체국 이름이 <김장호>가 된 이유는? 김 영 연방하원의원, 관련법안 통과시켜&hellip;&rdquo;지금의 자유는 그의 희생 덕&rdquo; 김장호 일병. /사진: 김 영 미국 연방하원의원실 캘리포니아주 오렌... 벼룩시장 2022.12.23 1247
555 <페이팔> 만들어 20대에 억만장자 된 유태인 기업가는? 핀테크 시대 활짝 연 우크라이나 출신 창업자 레브친의 성공담 실리콘벨리에서 피터 틸과 일론 머스크의 명성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개발자가 있다. 바로... 벼룩시장 2022.12.23 1505
554 연말 감사 표시 팁은?...우편배달원 20달러 미만, 가사 도우미 50달러 크리스마스 연휴가 다가오면서 우편 배달원이나 청소부에게 팁을 주는 방법이 있을까 궁금해한다. 연방 우정국(USPS)에 따르면 선물을 받을 때 연방 공무원으로 ... 벼룩시장 2022.12.17 1603
553 한인여성, 포브스지 <내년 주목할 30인> 선정 한인 2세, 제니 김 틱톡 북미 총괄매니저 한인 2세가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lsquo;2023년 소셜미디어분야 주목할 30세 미만 30명&rsquo;에 선정됐다. ... 벼룩시장 2022.12.17 1558
552 애니 전 김미스낵 대표, 김으로 대박신화…현지화가 성공비결 어릴 적 미국인 사회서 자라며 한식 확산시켜&hellip;엄마 손맛 떠올려 김치 수프 시작 애니 전 김미스낵 대표 부부. /사진제공=애니천 &lsquo;애니천(Annie Chu... 벼룩시장 2022.12.17 1326
551 美 하버드대 첫 흑인 총장 탄생...뉴욕 출신 아이티 이민자 가정 출신 뉴욕서 어린 시절 보낸 클로딘 게이 학장 임명&hellip;여성 총장 임명은 사상 두번째 미국 명문대학 하버드대에서 최초의 흑인 총장이 탄생했다. 뉴욕타임스 등 ... 벼룩시장 2022.12.17 1340
550 美 목사, 코로나 지원금 840만불 빼돌려 가짜 서류 제출해 기금 받아&hellip; 호화주택 사려다 덜미 에드워즈 목사 가족. 좌측부터 아들 조시 에드워즈, 아버지 에번 에드워즈 미국의 한 목사가 840만 ... 벼룩시장 2022.12.17 1207
549 실직 후 돈없이 45세에 창업, 1천원짜리 상품 팔아 3조 매출 매일 100만명이 찾는 국민가게 &lt;다이소&gt;&hellip;창업주 박정부 회장의 인생 스토리 1988년, 45세에 박정부는 실직자가 됐다. 아내와 초등생 두 딸을 둔 가장이었... 벼룩시장 2022.12.17 1348
548 하버드대학의 뼈아픈 과거 파헤친 한인여대생 화제 카라 장, 하버드대학 신문 &lt;크림슨&gt; 대표 겸 편집인에 선임돼 하버드대학에서 역사학과를 전공중인 한인여대생이 미 교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인 여대생 카... 벼룩시장 2022.12.10 1327
» 아버지는 목사, 자신은 성소수자…38세 한인, 3천표 차로 석패 美연방하원의원 도전 데이비드 김&hellip;유력 라틴계 현역의원에 두번 아깝게 낙선 美 이민 온 뒤 태어나 로스쿨 졸업 후 이민 변호사 활동&hellip;빈민가 본 ... 벼룩시장 2022.12.10 126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7 Next
/ 37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