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주 포트리의 한국전 참전비 앞 폴 이씨 [폴 이씨 페이스북 캡처]
고향에 보내는 편지로 한인 이산가족 기억, 영상에 담는다
미국 넘어 전 세계 대상, 스토리 담아 2·3세 후손으로 확대
한국전쟁 이후 한인 이산가족들의 목소리를 영상으로 기록, 후세에 남기는 프로젝트가 한인사회로 확대되고 있다.
노터데임대에서 사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인 2세 폴 이(30·한국명 이규민)씨가 이끄는 Letters to My Hometown(고향에 보내는 편지) 프로젝트는 한국전쟁으로 북한에 가족을 남겨둔 채 미국 등 해외에 정착한 이산가족들의 기억을 직접 영상으로 기록하고, 그들의 자녀와 손주들에게까지 이어진 분단의 기억을 보존하는 작업이다.
이씨는 미주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광복절인 지난 15일부터 전 세계 한인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영상 사연 모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한국전쟁과 한반도 분단을 직접 경험한 이산가족뿐 아니라 부모나 조부모로부터 그 이야기를 물려받은 2·3세 후손도 참여할 수 있다.
이씨는 “전쟁과 분단, 그리고 70년 넘게 이어진 가족의 이별로 삶이 영원히 바뀐 전 세계 한인들의 이야기를 보존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번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분들은 저희의 안내에 따라 집에서 가족의 이야기를 직접 영상으로 촬영하거나 프로젝트 관계자들과 줌을 통해 인터뷰할 수 있다”며 “수집된 영상은 한국 통일부의 영구 기록물로 보존될 예정이며, 언젠가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어 “북한의 가족에게 영상이 전달될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기록 자체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고향과 가족, 전쟁과 피란의 기억을 말로 꺼내놓는 과정 자체가 이산가족과 후손들에게 치유와 정서적 해방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씨의 할아버지도 한국전쟁 때 헤어진 형님과 결국 평생 재회하지 못하고 3년 전 돌아가셨다. 이 프로젝트는 북한에 가족을 남겨둔 고령의 한인 이산가족들에게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남기도록 했다.
인터뷰에는 가족사진과 고향 사진, 오랜 세월 간직해온 유품 등도 함께 담았다. 2024년에는 이러한 인터뷰를 매달 한 편씩 공개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LA 한인사회에서는 한인 교계 원로인 이창순 윌셔연합감리교회 원로목사의 동영상이 큰 울림을 줬다. 이창순 목사는 90세 가 돼 컴퓨터 앞에 앉아 75년 동안 만나지 못한 부친에게 편지 형식의 글을 썼고, ‘고향에 보내는 편지’ 동영상 촬영에는 자녀들인 보라 이씨와 밥 이씨 남매도 함께 참여했다.
이처럼 ‘고향에 보내는 편지’ 프로젝트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넘었지만 그로 인한 가족의 단절과 상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자녀와 손주 세대에게 어떤 형태로 전해지고 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는 의미를 지닌다.
이씨는 “올해부터는 특히 한국 통일부의 지원 아래 프로젝트가 세계적 규모로 확대되면서 모집 대상 역시 넓어졌다”며 미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 살고 있든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가족이 헤어진 경험이 있는 생존자, 또는 그 이야기를 물려받은 후손이라면 자신의 가족사를 영상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고향에 보내는 편지’ 웹사이트: www.letterstomyhometown.com
이메일: letterstomyhometown@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