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효율 중시…5년간 한국 결혼정보회사는 22% 증가
대기업에 다니는 김여선(가명·39)씨는 최근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다소 충격을 받았다. 학력과 직업, 연봉 등 조건에서 꽤 훌륭한 ‘스펙’을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업체에서는 “외모를 확인하게 일단 와 보시라”고 했다. 그냥 쉽게 가입이 될 줄 알았는데, ‘심사’부터 거쳐야 했던 것이다. 그는 “원한다고 바로 가입시켜 주는 게 아니라면, 대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했다.
젊은 층이 결혼을 망설이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달리 결혼정보회사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결혼상담소는 1974개로, 5년 전과 비교해 22.6% 늘었다. 지난해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강남 지역의 유명 아파트 단지들은 잇따라 ‘입주민 한정’을 내건 배타적인 결혼정보업체를 출범시켰다. 특정 직업군이나 학벌을 갖춘 경우만 받아들여 주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전체 파이가 커졌기 때문에 많은 결혼정보회사가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효율과 합리성을 따지는 젊은 층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시행착오나 실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검증된 공급처’를 찾는 것”이라며 “연애·결혼에 시간과 감정 낭비를 줄이려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 과정에서도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현실적 심리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박은형(가명·32)씨는 “친구나 지인에게 말하기 어려운 조건들을 터놓고 요구할 수 있어서 좋다”며 “속물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한 한 결혼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 정보 업계에 따르면, 요즘에는 20대 초중반 여성들의 가입 문의도 늘고 있다. 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부모 손에 끌려오는 경우보다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조건의 사람을 찾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상향혼’이라 불리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좇는 사람보다는 자신과 비슷한 조건의 상대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또 다른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여성들도 남성의 경제력·직업보다 외모를 중요한 조건으로 내세우는 점도 달라졌다”고 했다.
맞벌이가 일반화되고 경제력을 갖춘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남녀가 서로 앞세우는 조건도 비슷한 항목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