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 2026
뉴스 한국

해외입양아, 엄마가 보냈지만 한국사회가 밀어냈다

사진은 경기 파주시 ‘엄마품동산’에 전시된 해외 입양 아동의 얼굴 

1980년대 연평균 8800명 해외입양…미혼모 비정상 취급한 사회 분위기
개인의 선택보다 국가가 입양 장려…인류학자인 저자, 15년간 생애 살펴


이미선(가명·70) 씨는 1986년 아들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이 씨는 가정이 있는 남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임신했다. 당시엔 친생모 밑으로 호적을 만들 수 없었다. 이 씨는 임신 6개월에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갔다. “아들이 사회생활은 어렵겠구나. 어떻게 학교는 졸업해도 한국에서 회사에 취직하거나 공무원은 못 되겠구나”라는 생각에서였다.
1980년대 중반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한 해 평균 8800명에 이른다. 

엄마 아닌 엄마들/김호수 지음·강진경 강진영 옮김…

이 신간은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낸 친생모들을 15년에 걸쳐 연구한 학술서다. 친생모들의 생애사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해외입양 연구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던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뉴욕시립대 스태튼아일랜드 칼리지 사회학·인류학 부교수인 저자가 해외입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4년 미국 유학이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할 때마다 미국인들이 “한국에서 입양된 사람을 안다”고 말하는 걸 반복해서 경험했다. 친근함의 표시였지만 저자에겐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해외입양이 특정 개인의 경험을 넘어 한국 사회의 여러 세대에 걸친 현상임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신간은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낸 친생모들을 15년에 걸쳐 연구한 학술서다. 해외입양의 뒤편에 있었던 가족제도와 국가, 사회의 책임을 짚는다. 

한국은 오랫동안 대표적인 해외입양 송출국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 아이들을 떠나보낸 친생모들은 해외입양 연구에서 오랫동안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다. 아동의 입양 과정을 정부가 허술하게 감독해 온 탓에 친생모라는 집단 자체를 파악하고 규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저자가 만난 친생모들의 이야기는 해외입양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볼 수 없게 한다. 1970∼80년대 한국 사회에서 정상적인 가족의 규범이 강화되는 가운데 가난한 노동계급 어머니와 미혼모, 기지촌 성노동자 및 그 자녀들은 정상가족에 속하지 않는 ‘잉여’로 취급됐다. 

합법적인 아버지가 없다는 이유로 아이가 ‘잉여아동’이 되는 과정에는 미혼모와 자녀를 향한 사회적 낙인, 가정폭력, 아버지의 유기와 방임 등이 겹겹이 작용했다.
국가는 해외입양을 장려함으로써 사회복지에 드는 비용을 줄였고, 가족의 형태가 ‘정상’에서 벗어난 여성에게 아이를 서구의 가정으로 보내는 게 오히려 ‘어머니의 도리’라고 말해 왔다.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1990년대 이후 성행한 생방송 가족 찾기 TV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입양인과 친생모 사이에서 통역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친생모들은 눈물을 흘리고 고개를 숙이며 고국을 찾은 입양인을 국가를 대신해 환대했다.
해외입양은 아이가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순간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수십 년 뒤 가족을 찾는 입양인과 그를 맞이하는 친생모 사이에서 다시 시작됐다. 이 책은 그 오랜 시간을 따라가며 해외입양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볼 수 있는지 되묻는다. 아이를 떠나보내게 한 선택의 뒤편에 있었던 가족제도와 국가, 사회의 책임을 함께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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