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LG 트윈스 한글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다. /LG 트윈스
공공기관·기업·노조까지…맨해튼 전광판 찾는 이유
서울 잠실에 있는 야구팀 LG트윈스 측이 최근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잠실야구장 마지막 해, 물 뿌려드립니다!”라는 광고를 냈다.
올해 말 잠실야구장 철거를 앞두고 홈팬들을 불러모아 워터쇼를 제공하겠다는 안내용이었지만, 해당 전광판은 한국에 위치한 게 아니었다.
광고 말미에 “(미국 야구팀) 미네소타 트윈스 아닙니다”라고 익살스레 적어둔 이유다. 전부 한글로 이뤄진, 한국 사람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외국발 광고.
구단 관계자는 “요새 떠오르는 바이럴 마케팅 방식을 시도했다”며 “비용이 생각보다 저렴해 결정이 쉬웠다”고 말했다.
불씨를 당긴 건 경북 봉화군청이었다.
“봉화 사과 맛있지만 광고 안 합니다.” 지난 8월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노출된 무뚝뚝한 열네 글자. 유명인 출연도 화려한 특수 효과도 전무했지만 파급 효과는 대단했다.
아이디어를 낸 김수성(27) 주무관은 “타임스스퀘어에 광고했다는 사실을 광고해 (미국이 아닌) 국내에 우리 군과 지역 농산물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광고비는 32만9000원이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이 한국인의 ‘게시판’이 돼가고 있다. 기업부터 공공기관, 인플루언서까지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광고 현장은 뉴욕이지만, 그 으리으리함의 상징성으로 인해 더 큰 파장은 한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는 내수용인 것이다.
“엄마, 나 뉴욕 전광판 나왔어.” 서울에서 활동하는 한 맛집 블로거는 지난달 이 같은 한글 문구를 자신의 닉네임과 함께 뉴욕에 띄웠다.
“타임스스퀘어에 송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국내에서는 강한 콘텐츠라고 생각했다”며 “인스타그램 콘텐츠와 평생 떠들 수 있는 술안주도 얻었다”고 했다. 그가 밝힌 지출 내역은 140달러였다.
타임스스퀘어 일대의 대형 옥외 전광판은 일반인은 범접하기 힘든 마천루처럼 여겨져 왔지만, 박리다매로 운영되는 전광판이 늘면서 일종의 놀이 문화가 돼가고 있다.
대행사 없이도 온라인으로 손쉽게 예약이 가능한 데다 적게는 20만원 안팎에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생일 축하, 결혼 프러포즈 등 개인 이벤트용으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광고 시간에 맞춰 전광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업체에서 현장 촬영본을 제공받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식이다.

봉화군의 사과 광고(왼쪽)와 최근 한 커피 프랜차이즈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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