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공기… 1인 피자 프랜차이즈 <고피자>의 세계 진출기
직접 개발한 피자 화덕 고븐. /고피자
‘1인용 화덕 피자’ 브랜드 고피자(GOPIZZA)는 창업 5년 만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피자는 비싸고 혼자 못 먹는 음식’이란 통념을 깨며 매출이 2018년 14억원에서 올해 23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투자 유치 금액도 180억원에 이른다. 고피자는 현재 5개국에 120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비싼 피자 가격에 뿔나 ‘피자계의 맥도날드’ 꿈꾼 카이스트생
임 대표는 싱가포르경영대(SMU) 경영학과 졸업 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컨설팅 회사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에 입사하는 게 목표였다.
2015년 피자가 먹고 싶어서 메뉴판을 열어봤다가 좌절한 경험이 창업 방아쇠를 당겼다.
“자타가 공인하는 맥도날드 팬입니다. 싸고, 빠르잖아요. 그런데 피자는 한 번 먹는데 2~3만원은 들어요. 사회 초년생 입장에서 너무 비싸죠. 돈이 있어도 너무 커서 혼자 먹기엔 부담스럽고요. ‘피자도 햄버거처럼 빠르고 저렴하게 즐길 수 없을까’ 이 질문이 창업의 출발점이 됐죠.”
미국에서는 이미 작고 저렴한 피자가 보편화돼 있었다. 한국에 도입하고 싶었지만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현장에서 문제를 찾기 위해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피자 가격이 비싼 가장 큰 이유는 ‘운영 방식’이었어요. 도우를 펼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컨베이어 벨트 오븐에서 피자 한 판 굽는 데 8분이 걸리더라고요. 최대한 크게 만들어야 본전 뽑을 수 있는 구조죠. 큰 주방과 많은 인력 때문에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도 컸어요. 이 모든 것을 작고 빠르게 바꿔야 피자도 햄버거처럼 제공할 수 있겠더라고요.”
◇도우와 협동 로봇 개발해 공정 혁신
피자 모양으로 성형해서 초벌한 빵 ‘파베이크 도우’를 개발했다. 도우를 빚을 필요 없이 바로 토핑을 얹어 굽기만 하면 된다. 이 파베이크 도우로 푸드트럭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푸드트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피자 화덕을 다루는 게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균일하게 피자를 구울 수 있는 화덕이 필요함을 느꼈다. 9개월을 투자해 1인 피자 6개를 3분 안에 구울 수 있는 화덕 ‘고븐’을 개발했다. 피자를 자동으로 돌려서 골고루 익혀주는 화덕이다. 사람이 피자 위치를 조정할 필요도 없다.
2018년 고븐을 최초 적용한 고피자 대치 1호점을 열었다. 소비자들은 신기술을 접목한 피자의 등장에 열광했다.
“매장을 낸 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18년에 14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00억원으로 훌쩍 뛰었어요. 매장도 50~60곳으로 급증했죠. 회사 덩치가 커지면서 발생한 애로사항은 모두 기술로 해결했어요. 피자를 자르고 알맞은 소스를 뿌려주고, 식지 않게 관리까지 해주는 협동 로봇 ‘고봇플러스’와 토핑을 관리해주는 ‘AI 스마트 토핑’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매출 0원 위기였던 인도
국내 사업을 안정궤도에 올린 후 해외로 눈을 돌렸다. 가장 먼저 주목한 나라가 인도와 싱가포르다. 인도는 공략 난이도는 높지만 인구가 13억명에 달하고 최저임금은 낮아서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무엇보다 인도 소비자들은 주식인 ‘난’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피자를 선호한다.
“인도는 혼자서 식사하는 게 익숙한 나라입니다. 1인 피자와 유사한 제품들이 이미 시장에 스며들어 있죠. 1인 피자를 상품화하고, 이에 맞춰 공정 과정도 바꾼 고피자가 눈에 띄었어요. 피자를 즐겨 먹는 인도의 2030세대에게 호응이 좋을 것 같았죠. 인도는 인구 60% 이상이 35세 미만일 정도로 젊은 나라거든요.”
하지만 팬데믹 상황과 낯선 것에 의심 많은 인도 소비자의 특성 때문에 보릿고개를 거쳐야 했다. 1년 동안은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월 매출 0원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
높은 소비자의 문턱을 넘기 위해 ‘현지화’에 집중했다.
“인구 대부분이 채식주의자란 것에 착안해 메뉴 80% 이상을 베지테리언 메뉴로 구성했어요. 오레가노, 크러쉬드 페퍼 같은 향신료도 아끼지 않았죠. 인도인들의 입맛에 친숙한 파니르(인도식 치즈), 마크니(카레의 한 종류), 탄두리 맛을 추가했고요. 또한 브랜드의 대외적 이미지를 중시하는 소비자 특성에 맞춰 유명 쇼핑몰, 공항 등에 매장을 냈습니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뱅갈루루 공항에 매장을 냈죠.”
절실함은 통했다. 낯선 형태의 피자를 냉대했던 소비자들이 서서히 ‘고피자 스타일’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매장도 6곳으로 확대했다.
◇싱가포르에서만 매장 10개 돌파
싱가포르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전략적으로 선택된 국가다.
“싱가포르는 신규 브랜드의 각축장입니다. 나라 크기가 작고 소비자들이 유행에 민감해 훌륭한 테스트 베드 역할을 수행하죠. 반응을 빨리 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낯선 외국 브랜드인 탓에 쇼핑몰 입점 제안을 번번히 거절당했습니다.”
인지도를 올리는 일이 시급했다.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싱가포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전략을 짰다. “기존 피자 시장은 미국과 이태리식이 판을 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한국식’ 피자로 도전장을 내밀었어요. 한국 매장에서도 팔지 않는 떡볶이를 단일 메뉴로 넣었고, 양념 치킨이나 불고기 맛 등 한국의 맛을 담은 특화 메뉴를 편성했어요. 탄산음료 밀키스도 팔고요.”
전략은 통했다. 지난해까지 손실을 냈던 싱가포르 법인이 올들어 매달 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매장은 10곳으로 확대됐다.
◇한국형 K 피자로 유니콘 꿈꾼다
최근 홍콩과 일본을 비롯해 5개국에 120개 넘는 매장을 열었다. 내년까지 300곳 이상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올해 예상 매출은 230억원이고, 내년 7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 싱가포르, 인도 세 시장에 잘 자리 잡은 덕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5년 후에는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에 진출해 있지 않을까요. 궁극적으로는 전세계에 매장 1만개 이상을 거느린 유니콘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